27을 더하여 53까지

탐방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인터뷰는 탐방의 탄생(2022)부터 시작됐어요. 사실, 초기 2개의 인터뷰인 꿀을 재배하는 청주의 최고야님과 친구들과 남해로 떠난 해변의 카카카, 하성민님은 화상으로 만났어요. 코로나가 한창이었어, 온라인 플랫폼이니까, 꾸준히 지속하려면 어쩔 수 없어, 여러 핑계가 있었지만, 직접 만나야 생생한 목소리를 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어요. 그리고 만난 첫 번째 대면 인터뷰로, 인천의 종범님을 만나고 확신이 생겼어요. “그래, 힘들어도- 조금 늦더라도- 발로 찾아가서 만나자.” 그렇게 한 분, 두 분 만나다 보니 서울에서 제주까지 올해만 27분, 총 53분의 탐방러를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전하게 되었네요.

나도 있어요! 탐방의 시선으로 읽고 보고 쓰는 로컬, 리뷰 👋

수요레터에는 인터뷰 말고도, 탐방이 직접 경험하여 전달하는 리뷰 콘텐츠도 있어요. 책을 추천하기도 하고, 전시나 문화 행사를 전하기도 하고, 때로는 로컬의 특별한 공간을 찾아 나서기도 하죠. 놀랍게도 한 해동안 탐방러들이 가장 많이 읽은 리뷰와 가장 많이 찜한 리뷰는 같았어요. 바로, 10월 25일 <🛒 그대들은 어떻게 살(buy) 것인가>의 언유주얼굿즈페어 2023 탐방기예요. 언유주얼굿즈페어는 지역, 환경보호, 전통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담은 굿즈가 한자리에 모이는 페어로, 작년(2022년)에는 탐방이 함께 참여했었죠. 올해는 안타깝게 부스 운영을 하지 못했지만, 방문객으로 언유주얼굿즈페어를 제대로 즐겼답니다.😄 ’WE Local’을 주제로 한 만큼, 강원도부터 공주, 충남, 울릉도, 인천, 수원 등 여러 지역의 가치와 자원을 담아낸 재미난 굿즈와 부스들이 즐거웠어요. 많은 탐방러들도 함께 언유주얼굿즈페어를 즐겼던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이외에도, 할머니의 사랑이 듬뿍 느껴졌던 고마워, 할매 팝업스토어 리뷰가 담긴 11월 15일 <🧡 탐방러님 울 할매가 퍼뜩 오래!>, 탐방러들의 찐 사랑, 책 추천이 이어졌던 강화 책방문이 실린 11월 22일 <📚 강화 책방은 얼마나 좋았을까?>가 탐방러들의 선택을 받았어요.

🏡동네 기억을 나눠요.

지난주 탐방레터에서는 『about dmz : 릴리브파주』 에 담긴 ‘How to Describe 장파리’ 를 함께 읽으며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파주의 장파리라는 지역에 대해 알아보았어요. 장파리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주둔하던 지역인 기지촌이었는데요, 그곳에서 나고 자란 이용남 사진작가는 혼란하고 시끄러웠던 마을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어요. 상처 가득한 동네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있기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탐방러들의 동네는 어땠는지 물었는데요, 정성스럽고 솔직하게 적어주신 기억과 마음에 감동했답니다! 그 소중한 기억을 나눠요. 🧚🧚

• 학교 근처 오르막길에 동네 사람들이 큰 놀이터라고 부르는 놀이터가 있었어요. 사실 동네에 놀이터라고 해봐야 거기가 전부였는데 꼭 작은 놀이터가 있는 것처럼 다들 거기를 큰 놀이터라고 불렀어요. 친구들끼리는 큰놀이라고 줄여 부르기도 하고요. ㅋㅋㅋ 지금은 모래도 안전한 바닥으로 바뀌고, 벤치 등이 늘어나면서 놀이터보다는 어르신들이 많이 오는 작은 공원처럼 변했지만, 어린 시절에 동네에서 놀았던 경험이라고 하면 큰놀이터를 빼놓을 수가 없네요!
• 저희동네는 2015년?정도부터 조성된 신도시예요! 저는 조성 초반부터 입주를 해서 지금까지 살고있는데, 하나둘 건물과 가게들이 생기는걸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새로운 가게들인 만큼 특색있고 재밌는 곳들도 많이 생겨서 도장깨기하는 재미도 있었답니다! 그게 엊그제같은데 지금 벌써 10년이 가까워진다는 사실에 놀랍네요...!!!!
• 저는 대전 공장단지 바로 옆 동네에 살았어요. 동생은 비염, 저는 아토피를 달고 살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당연했네요. 집에서 걸어 5분 거리에는 장애인학교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슈퍼에 우유 심부름을 다녀오다가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다운 외모의 남성분을 보았습니다. 미에 대한 주관이 아직 뚜렷해지기 전의 기억인데도 아직 그 감정이 생각나는 것을 보면 몹시 아름다우셨거나 어린이의 맘을 건드리는 어떤 분위기가 있으셨던 거겠지요. 헌데 그분이 곁의 일행과 별안간 수화를 시작하시는 거예요. 쿵 하고 저는 놀랐습니다.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장애인이구나! 그리고는 왠지 모를 수치심에 사로잡혔어요. 변변한 장애 관련 교육도 받지 못한 때라 그게 얼마나 괴이한 생각인지도 몰랐을 텐데. 왠지 그러면 안 될것 같았나 봐요. 혼자 은밀히 한 생각이어도 그게 나를 부끄럽게 한다는 것을 느꼈나 봐요. 그 동네를 성인이 된 후 찾아간 적이 있어요. 놀라울 정도로 여전했습니다. 다 깨진 담벼락, 담 안쪽으로 높이 쌓인 폐지, 허름한 슈퍼… 공장지대와 인접한 찢어지게 가난한 동네에 장애인 학교가 있었다는 사실도, 이제야 생각하는 어떤 의문이에요.
• 우리 동네에 관한 기억이라 음.. 외국얘기도 써도 되나 모르겠지만 어릴 때 잠시 호주에 살았었는데 동네 통틀어 한국인이 한 열 명도 안 되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고 거기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은 저 포함 세 명이었어요. 당연히 학교에선 늘 시선이 집중됐고 어린맘에 그게 좀 힘들었어요. 그랬는데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등하교 시간이었는데, 시골 마을이라고 했잖아요.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데 걸어서 30분이었는데 가는 동안 2층 이상의 건물이 단 하나도 없고 다 낮은 담벼락 1층집이었어요. 고양이들도 많고 고슴도치도 많았어요. 그래서 학교 가는 길이 너무 재밌었어요. 풍경이 예쁘고 동물이 많아서요. 물론 가는 길에 갱스터 존? 같은 곳이 있어서 거기는 막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지만요ㅋㅋ 시골 마을이라 그런지 엄청 정이 있기도 했어요. 동네에서 나이 많은 할머니가 종종 이웃들을 초대해서 파이 같은 걸 대접해 주시고 동양인끼리도 잘 지내라고 다른 스트릿에 살던 일본인 가족도 소개? 해주셨어요 ㅋㅋ 부활절엔 정말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달걀모양 초콜릿을 팔았는데 어른들이 일부러 막 장난치면서 많이 사주기도 하고 그 모든 정과 풍경이 그게 너무나 ‘동네’ 같은 거예요 .시골 마을? 우리 동네. 우리동네사람들.. 그런 따뜻함이요.. 그래서 어릴 때 우리 동네라고 하면 그때 기억이 많이 생각이 나는 것 같아요.
• 어린시절을 일산에서 보냈어요. 1세대 신도시죠 초등학생때니까 벌써 10년도 넘게 흘렀네요. 근처에 네다섯 개의 아파트 단지가 있었는데, 예를들면 1단지 2단지 3단지 4단지 같이 계획적으로 만들어져 있었어요. 다들 새로 지어져 비슷비슷한 계단식 아파트였어요. 그런데 복도식 아파트였던 단지가 딱하나 있었어요. 평수도 다른 아파트 단지에 비해 전반적으로 작았구요..그 단지에선 이상하게 깨름칙한 사건들이 일어나곤 했어요. 바바리맨이나 유괴범 같은 범죄자들의 등장이 빈번했고, 단지내 정자같은 데는 일진들의 아지트 같은 느낌? 그래서인지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N단지 애들이랑 놀지 말고 근처에 가지 마라’ 라고 했어요. 애들도 N단지 애들을 은연중에 무시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어른들이 그런 소리 할 게 아니고 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그런 걸로 친구를 가려사귀면 안 된다고 가르쳤어야 하지 않았나 싶어요. 다 크고 나서야 문득 생각이 들더라구요..ㅠ 지금은 N단지가 어떨지, 그 동네가 어떨지 궁금해서 한번 가보고싶긴 해요. 제가 나중에 새로운 터전을 잡고 동네의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 좋은 어른이 되고싶단 생각이 들어요.

💌 from 탐방러

지난 탐방 수요레터가 받은 답장이에요.

• 미군 반환 공여지를 왜 시민들의 열망에 부응하여 온전히 시민들의 품으로 안겨줘야 하는 지에 대한 이유가 담겨있네요.
  ㄴ 공감해요. 오롯이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될 때 비로소 그 지역의 특수한 아픔들이 조금씩 흐려지지 않을까요?
• 우리나라에 이런 이야기를 가진 동네가 더욱더 많겠구나, 하면서 봤어요. 항상 재밌게 읽고있어요! 감사합니다👍👍
  ㄴ 생각보다 많은 지역, 많은 동네가 고유한 이야기와 역사를 가지고 있답니다. 더 많은 지역의 이야기들도 들고 올게요. 🤗
• 장파리 이야기를 더 해볼게요. 사실 그 인근에 장파리 말고도 금파리도 있어요. 금파리고 장파리고 모두 임진강 강변을 따라 만들어진 마을들이죠. 그리고 그 마을들 인근에는 아주 멀고 먼 구석기시대의 유적들이 많이 있었답니다.
  ㄴ 분단 이전에 임진강변에는 많은 마을들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구석기 시대 유적이라니 엄청난 역사를 지닌 지역이었군요!

보낸사람 | 🌞쏠쏘르 🍚숭늉

🐙탐진 🐢길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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