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친구들과 모여 제철 음식과 전통주를 즐기는 포트럭 파티*를 열었어요. 각자 좋아하는 전통주와 제철 안주를 가져와 미식대결(?)을 펼쳤죠. 저의 픽은 기름지고 오동통한 과메기와🐟 입맛을 싹 돋워줄 새콤달콤한 딸기!🍓 거기에 한산소곡주 한 병을 곁들이니, 의외로 상큼한 단맛과 과메기의 고소한 풍미가 꽤 잘 어울리는 거 있죠? 어쩌면 나… 맛잘알일지도?

문득 궁금해져 한산소곡주에 대해 찾아봤는데, 놀랍게도 1,500년이나 된 백제의 술이래요. 1,500년 된 스테디셀러라는 거잖아! 이렇게 오랜 세월 사랑받아 온 비결이 뭘까요? 알면 알수록 흥미로웠던 이야기, 탐방러님에게도 소개할게요.

*저마다 음식이나 선물 등을 준비해 즐기는 파티예요. 열어보기 전까지는 어떤 게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더 재미있죠. 🥳

유튜브 쇼츠처럼 짧고, 새벽 배송처럼 빨라야만 살아남는 초고속 사회. 기다림은 어느새 비효율이 되고 말았어요. 그런데 이 속도 경쟁에 영 관심이 없는 마을이 있어요. 인구 2천 명 남짓한 마을에 양조장이 무려 70여 곳. 편의점보다 양조장이 더 흔한 충남 서천군 한산면이에요. 술 한 잔을 위해 무려 100일을 꼬박 기다리는 사람들과 마을이 가진 느림의 미학이, 요즘 전통주 바를 평정했대요.

😭 1,500년을 살아낸 물맛

한산소곡주는 백제의 멸망과 함께 시작됐어요. 고향을 잃은 백성들은 수도였던 사비성(부여)과 가까운 한산현(한산면)에 모여들었죠. 단지 거리가 가까워서만은 아니었어요. 금강과 건지산을 끼고 있어 농사짓기 좋을 뿐더러, 몸을 숨기기에도 완벽한 피난처였죠. 이 곳에서 사람들은 나라 잃은 서러움을 달래기 위해 백제에서 먹던 소곡주를 빚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웬걸?! 건지산 자락의 물은 철분이 극도로 적고 미네랄이 풍부해 너무나 맛있는 소곡주가 만들어졌어요.(🍀럭키비키야!)

🍶 집집마다 다른 손맛

한산소곡주는 한 모금만 마셔도 달콤한 향이 가득 퍼지지만, 알고보면 소주와 맞먹는 16~18도에 달해요. 단 맛에 방심하고 먹으면, 일어설 수 없다는 전설의 '앉은뱅이 술'이랍니다. 한산소곡주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대량생산주가 아니라, 집집마다 다른 비법을 가진 '가양주(집술)'예요. 취향에 따라 생강, 국화, 메주콩 등을 넣기도 하죠. 동네에서도 맛이 조금씩 다른 이유랍니다.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산소곡주, 역사가 끊길 위기도 있었어요. 일제강점기 주세령*과 광복 후 양곡관리법**까지, 여러 번 어려움을 맞이했었죠. 하지만 쌀로 술 빚는 것이 금지되었던 그 시절에도 한산의 여성들은 부엌 바닥에 항아리를 묻고 몰래 발효를 이어갔어요. 그렇게 숨을 죽이며 지켜낸 시간들이 오늘의 소곡주를 만든 셈이죠.

*개인의 주류 제조를 금지하고, 주세를 징수하기 위해 시행된 법령이에요. 전통 가양주를 탄압하고 일본식 양조장을 장려하기 위한 방안이었어요.

**1960년대 식량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양곡(쌀)의 소비를 제한하고 절약을 강제했던 법으로 쌀로 술 빚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여 전통주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어요.

한산소곡주는 2007년 농수산물 「품질관리법」에 따른 지리적 표시* 제11호로 등록되었어요. 한산면을 포함한 지정 구역에서 전통방식으로 제조된 술에만 '한산소곡주'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된 것이죠. 이 제도는 70여 개 양조장이 이어온 오랜 전통과 품질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증하고, ‘한산소곡주’의 정체성을 이 마을 고유의 자산으로 보호하는 울타리 역할을 해요.

*지리적 표시는 특정 지역의 명성과 품질, 고유한 특성이 결합된 농수산물이나 가공품에 대해 지명을 상품명으로 쓸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로, 전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어요.

🥂 Editor's Note: 더 힙하고 맛있게 즐기는 법

마트에서도 파는 소곡주, 아무거나 집으면 후회할 수 있답니다. ‘효모’가 살아 있는지에 따라 생주와 살균주의 맛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이 차이를 알아야 진정한 미식가가 될 수 있죠. 한산소곡주가 궁금한 탐방러님을 위해 탐방이 먼저 먹어봤어요.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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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러의 생각이 궁금해요!

한산소곡주처럼 오랜 기다림과 정성으로 빚어낸 맛은 늘 감동적이에요. 양조장에서 전통주의 맛을 직접 느껴보거나, 우연히 간 전통주 바에서 나만의 인생 술을 발견했을 때처럼 말이죠. 탐방러님의 마음속 인상 깊었던 전통주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맛 좋은 술을 마셔볼 수 있는 양조장, 곁들이는 안주가 인상 깊었던 전통주 바, 혹은 여행중 우연히 발견한 장소가 있나요? 장소가 아니더라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전통주도 좋아요. 특별한 기억, 탐방에 알려주세요.

1️⃣ [김제] 디지털시민증 발급 이벤트  *마감임박

쌀의 고장, 김제시의 ‘디지털 시민’이 될 기회! 김제에 살지 않아도 전 국민 누구나 참여 가능. 디지털시민증발급, SNS 팔로우, 폼 제출. 딱 3단계만 거치면 끝이죠. 참여는 바로 내일(12.12)까지. 무려 83명에게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김제 지평선 쌀 4kg을 선물해요. 탐방러님, 이제 우리도 김제 이웃주민?

2️⃣ [태백] 초록뿔언덕카페&목장

설경 속에서 꽃사슴을 볼 수 있는 대형 카페이자 목장이에요. 넓은 통창 덕분에 개방감이 뛰어나죠. 태백역에서 출발하는 시티투어 버스로 편리하게 갈 수 있어요. 드넓은 방목 공간에서 전문가의 관리 아래 자유롭게 생활하는 사슴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요. 특히 눈이 오는 날에는 눈밭을 뛰어다니는 사슴들이 절경을 이루죠.

3️⃣ [울진] 덕구온천스파월드

멧돼지가 먼저 알아본 덕구온천. 고려 말 상처 난 멧돼지가 치유되는 것을 보고 발견했다는 전설을 가진 덕구온천은 응봉산 중턱에서 솟아나는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이에요. 하루 2,000여 톤의 온천수가 쉼 없이 뿜어져 나와, 리조트 객실까지 천연 온천수 공급이 가능하죠.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 제격! 울진에 갔다면 뜨끈한 온천욕 후 대게찜까지 잊지 마세요. ( ´͈ ᵕ `͈ )◞♡

4️⃣ [청주] 동부창고 크리스마스 팝업스토어

청주의 옛 연초 창고가 이렇게 힙해졌어요.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동부창고에서 특별한 크리스마스 마켓이열려요. 20개의 핸드메이드 브랜드가 모여 공예품을 선보이고, 현장에서 체험도 가능하죠. 행사는 1차(12.4~12.12)와 2차(12.23~12.28)로 나뉘어 진행되며, 3만 원 이상 구매 시 동부창고의 커피쿠폰도 증정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