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찰랑찰랑'. 젓가락으로 얇은 고기를 집어 뜨거운 국물에 가볍게 흔드는 소리. '샤브샤브'는 바로 이 소리를 표현한 일본어 의태어예요. 익숙한 이 요리, 사실 1950년대 일본에서 재탄생한, 생각보다 역사가 길지 않은 음식이에요.

원조는 일본이 아니에요. 샤브샤브의 원형은 중국 베이징에서 양고기를 끓는 육수에 데쳐 먹던 '솬양로우(涮羊肉)'. 1952년, 오사카의 한 식당에서 솬양로우를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양고기 대신 소고기를, 낯선 향신료의 육수 대신 담백한 다시마 육수로 현지화한 것이었죠. ‘전골*’과도 비슷해서 한국인의 입맛에도 취향 적격인 샤브샤브. 이름과 재료, 육수의 맛은 달라도 본질은 같아요. 좋아하는 재료를 한데 넣고, 둥글게 모여 앉아 건져 먹는 '함께하는 즐거움'이죠. 이번 주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샤브샤브 어때요?

* 탐방러님, 전골의 재미난 탄생을 아세요? 조선시대 군인들이 '전골모(戰笠帽)'라는 이름의 투구를 뒤집어 야전에서 고기와 채소를 끓여 먹던 데에서 유래했대요. 그 어떤 나라의 보글보글 음식 유래담보다 흥미로워요.

샤브샤브는 참 중독적이에요. 살짝만 데쳐도 살아나는 그 촉촉한 육즙, 한 번 적시면 멈출 수 없는 국물의 깊이…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젓가락이 멈추질 않죠. 별로 안 먹은 거 같은데, 어느새 배가 가득 차요. 채소를 많이 먹었으니 건강식 아닌가요? ꉂ(˶ˊᗜˋ˶) 마무리로 칼국수와 죽까지 코스요리 완성! 뜨끈한 국물로 초대합니다.

(📍부산) | 샤브화

말차+샤브샤브! ː̗̀(☉.☉)ː̖́ 이 조합, 상상도 못 했죠? 근데 막상 한 숟가락 뜨면 어라, 맛있는데? 싶을 거예요. 진한 말차가 육수의 쓴맛은 쏙 빼고, 깔끔함만 탁 올려줘 끝까지 개운하게 먹을 수 있답니다. 채소와도 잘 어울리는 이 조합! 부산의 샤브화에서만 만나볼 수 있어요. 깊은 맛 국물에, 재료 신선도도 좋아서 9년 째 해리단길*의 사랑을 받고 있죠. 결정적인 장점, 칼국수파·죽파 모두 만족하는 풀코스 식사! 마지막엔 아이스크림까지 주는 센스는 덤이에요.

* 해리단길은 폐선된 옛 동해남부선 ‘해운대역’ 뒤편 기찻길 건너길 일대로, 음식점과 소품샵이 가득한 주택가예요.

(📍제주) | 성미가든

닭요리, 어디서나 다 비슷한 맛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 ‘토종닭 마을*’로 불리는 제주 교래리의 성미가든은 닭 샤브샤브로 소문난 집이에요. 특히, 닭 샤브샤브부터 백숙, 녹두죽까지 코스처럼 먹을 수 있는 게 매력이죠. 종잇장처럼 얇게 저민 닭가슴살을 진한 육수에 담궈, 새콤한 소스에 찍어 먹으면 부드러운 식감에 반할 거예요. 샤브샤브를 다 먹을 즈음엔 녹두가 듬뿍 올라간 백숙 등장. 한입 베어 물면 토종닭 특유의 감칠맛이 확 올라오죠. 마무리로 뭉근하게 끓인 녹두죽이 나오는데, 이걸 위해 샤브샤브를 먹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에요. 교래리 필수 코스인 이유, 바로 이해하게 될걸요?

* 교래리는 넓은 초지와 따뜻한 기후 덕분에 아주 옛날부터 토종닭을 많이 키웠어요. 제주 토종닭이 가장 먼저 기록된 지역이라니, '토종닭 마을'로 불릴만하죠? 지금도 교래리에는 토종닭 농가와 식당이 많아요.

(📍여수) | 별주부횟집

여수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샤브샤브가 있어요. 바로 별주부횟집의 하모 샤브샤브, 갯장어를 얇게 썰어 끓는 장어 뼈 육수에 넣어 먹는 음식이에요. 일본에서는 갯장어를 ‘하모’라고 부르는데, 일반 장어보다 느끼함이 덜하고 담백한 감칠맛이 살아있어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인기 있는 요리랍니다. 하모를 육수에 살짝 담갔다가, 꽃처럼 오그라지는 순간이 딱 먹기 좋은 타이밍! 여수산 해산물의 시원한 맛이 한입에 들어오고, 장어 뼈로 우린 깊은 육수 향이 뒤에서 받쳐줘요. 과한 양념 없이 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지죠.

(📍철원) | 마당예쁜집

철원에 가게 되면 꼭 한 번 들러야 하는 맛집이 있어요. ‘각색전립투전골’을 파는 마당예쁜집이죠. 조선시대 군사들이 전투 중 투구를 뒤집어 전골을 만들었던 그 전골이에요. 각색전립투전골은 약재 향이 은근하게 배어 있어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에요. 함께 인기가 많은 메뉴는 삼지구엽초 건강밥. 철원 특산물인 삼지구엽초를 우려낸 물과 버섯, 대추, 은행, 더덕 등을 넣고 지어낸 건강밥이죠. 여기에 철원쌀의 맛있는 식감까지 합쳐지면, 밥으로 이미 만점! 철원의 로컬 맛집, 여기예요. 여기~(=ﾟωﾟ)ﾉ

탐방러의 생각이 궁금해요!

십시일반마켓 in 제민 (11.29~11.30)

이 동네, 원래 이렇게 귀여웠나요? 공주 제민천을 걸어보면 그런 생각이 절로 나요. 물길 따라 이어진 산책로와 다정하게 붙어 있는 작은 가게들.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에 괜히 오래 머무르게 되는 동네죠. 그런 제민천에 마음을 들뜨게 하는 소식이 찾아왔어요. 바로 십시일반마켓!(11.29~11.30)

흥미로운 건, 이 마켓이 누가 시켜서 만들어진 것도, 큰 예산으로 꾸려진 것도 아니라는 거예요. 제민천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창업자·창작자들이 “우리끼리 한번 해볼까요?” 하고 마음을 모아 직접 시작한 마켓이래요. 서로 가진 걸 조금씩 모아 힘을 합친 진짜 십시일반이죠 ～('▽^人)

군밤·캔들 같은 계절의 분위기를 담은 물건부터, 도자기·공예품·수제소품·양말·의류까지 종류도 다채로워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가게의 손길과 제민천의 이야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물건들이 눈길을 끌 예정! 11월의 마지막 주말, 제민천을을 천천히 깊이 있게 걸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