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집을 나서는 순간 한여름의 열기가 밀려오리라 각오했는데 웬일로 생각만큼 덥진 않은 거 있죠? 어제는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기 ‘입추’🌾였어요.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긴 하지만 이 더위와 안녕할 날도 머지않은 듯 해요. 더위가 누그러지면 늦은 여름휴가를 떠나려고 생각 중이에요. 테마는 촌캉스! 한적한 시골집에서 묵어볼까 해요. 참, 그러고 보니 오늘 만나볼 시골언니가 계신 상주도 후보지에 추가해야겠어요. 누구나 편하게 드나드는 상주 한구석의 시골집, 달두개학교🌕로 함께 떠나요. :)

📢 이 콘텐츠는 2023 시골언니프로젝트와의 협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상주에는 2017년에 처음 오게 됐어요.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이어질수록 도시에서는 어떤 직장을 가든 똑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중요한 건, ‘내가 필요한 곳에서, 주체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가’ 였어요. 그때쯤 친구를 따라 사회적 기업 설명회에 갔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지금 상주에 있게 된 이유이자 계기인, 사부님을 만나게 되었죠. 도시보다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해도 행복한 시골이 낫지는 않겠냐는 사부님의 말에, 그렇게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상주에 폐교가 있는데 청년들이 와서 사회적기업을 준비해 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셨죠. 궁금해서 한 번 와봤는데, 폐교의 공간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여기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다양하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되기도 했고요.

저 포함해서 3명이 함께 상주로 왔어요. 처음에는 각자 자신의 사회적 기업을 준비했어요. 그러다 3명이 다 말아 먹었죠.(웃음) 사부님이 옆에서 지켜보시다가 한마디 하셨어요. “그렇게 도시에서처럼 일하지 말고, 시골에 왔으니 시골에 맞는 일을 해봐. 각자 먹고 사는 일 말고 함께 먹고 사는 일을 고민해 봐~” 그렇게 청년이그린협동조합을 만들게 됐어요. 조합원은 마을 어른 2명 외에 9명이 청년이에요. 이곳에는 여섯 명이 상주하고 나머지 분들은 각자 자기가 있는 곳에서 회의에 참여하기도 하고, 행사나 프로그램이 있을 때 돕고, 다양한 방식으로 일하고 있어요. 청년이 두세 명이라도 있으면 자연스럽게 또 다른 청년이 모이는 것 같아요. 저희가 머무니, 폐교가 청년들이 드나드는 플랫폼이 된 거죠.

시골에 있는 동생, 조카, 가족 같은 존재

처음에는 영락없는 폐교였어요. 버려진 공간이었죠. 목공 수업을 들으면서 직접 가구도 만들고, 수리도 하고, 도색도 하면서 ‘달두개학교’로 가꿨죠. 마을분들이 동아리 활동을 여기서 해도 되냐고 제안하셔서, 2층의 두 개의 교실은 마을의 남성 동아리방, 여성 동아리방이 되었어요. 또 문화예술가분들이 머물며 작업도 하고 달두개학교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세요. 공간을 사용하시는 대신, 달두개학교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시는 거죠. 그러다 보니, 달두개학교 내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만 참여하더라도 정말 바빠요. 성악부터 압화, 곤충, 통기타, 태극권까지. 정말 다양해요.

협동조합을 만들고, 제일 먼저 시도한 건 농산물 판매였어요. 농촌에 맞게 먹고 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결과였죠.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을 분들이 꽤 있었거든요. ‘청년이면 인터넷 판매를 잘하겠지’ 생각하는 분들도 많지만, 상품을 판매하고 유통한다는 건 전문 분야이잖아요. 저희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 어려웠죠. 그래서 오프라인 판매를 먼저 시작했어요. 주로 지인 네트워크로요.(웃음) 근데 입소문이 참 무섭더라고요. 지금은 천 명으로 회원이 늘어났다니까요. 저희는 천 명의 회원들과 그냥 판매자와 고객의 관계가 아닌, 좀 더 깊은 사이가 되길 바라요. 그래서 ‘저희 이렇게 살고 있어요’하고 매월 협동조합의 소식지를 보내드리고 있고, 가끔은 저희가 초대해서 함께 밥 먹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그분들에게 저희는 시골에 있는 동생, 조카, 가족 같은 존재인 거죠.

폐교가 마을의 사랑방, 달두개학교로 변신한 것처럼 오래 방치된 유휴 공간의 활용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어요. 특히, 최근에는 캠핑장이나 수련원 외에도 지역의 수요를 고려한 시설로 탈바꿈한 사례가 많아지는 추세예요. 탐방러님, ,혹시 경북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있는 지역이 어딘지 아세요? 바로, 경주인데요. 학교에서 역시 외국인 학생의 입학률이 높아지자 이들의 한국 적응을 돕기 위해 수십 년간 방치된 폐교를 수리해 한국어교육센터로 탈바꿈시켰어요. 덕분에 마을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고요. 탐방러님이 알고 있는 폐교나 빈집을 활용한 공간이 있나요? 탐방러에게 알려주세요!

+) 어제는 세계 고양이의 날이었어요. 오랜 기간 사람과 함께한 고양이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념일인데요, 통영에서는 폐교를 활용해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인 ‘고양이 학교’😸의 개장을 앞두고 있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