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지명에 얽힌 이야기를 알아가는 건 탐방레터를 쓰고 읽으며 얻는 즐거움 중 하나예요. 지난주, 완주와 전주에 얽힌 역사를 살펴보며 완주의 유래에 대해 알았고 또, 복숭아에 관해 쓰면서는 도화골, 도화동의 유래를 새롭게 알았죠. 오늘 만나볼 시골언니, 향주님과 정은님이 계신 당진도 그래요. 당진의 ‘당’이 당나라의 당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조선시대 당진은 오히려 한양보다 당나라와 교류가 많았던 선진문화의 공간이었다고 해요. 상반된 로컬의 다채로움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당진으로 함께 떠나요!

📢 이 콘텐츠는 2023 시골언니프로젝트와의 협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당진과의 첫 만남 : 건강한 먹거리와 순례길

향주] 21년 6월, ‘로컬에디터로 농촌에서 살아보기’라는 농림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당진에 처음 왔어요. 그때 처음으로 농부님들과 농촌을 만났어요. 마트에서 가장 크고 예쁜 농작물을 고르던 제가,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인 농작물의 가치를 알게 된 순간이었죠. 내가 당진에서 알게 된 사실을 더 많은 도시민이 알게 된다면 분명, 달라질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자연과 상생하는 농사를 지향하는 자연농, 친환경, 유기농의 농부님들을 더 적극적으로 만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농부스트(농부+BOOST 농부에게 힘을 북돋우다.)’ 프로젝트로 지역의 예술가, 창업가와 함께 농부 콘텐츠나 제품을 만들며 많은 걸 배웠어요. 전혀 농촌에 관심이 없던 지역의 예술가와 창업가가 농부스트 프로젝트로, 농부와 먹거리에 관심을 갖고 또 다른 장을 열어가는 게 참 기뻤고, ‘이거다!’ 싶더라고요. 제 업에 대한 방향과 확신이 섰던 것 같아요. 지역에 살아가며 자신의 재능을 농부와 농촌에 적용하여 일할 수 있는 판을 여는 일, 연결하는 역할, ‘농촌 기획자’인 거죠. 그렇게 당진에 정착하고, 창업까지 하게 되었어요.

정은] 6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걸은 뒤부터 순례길에 푹 빠졌어요. 한국에 와서도 자연스럽게 트레킹과 등산이 취미가 되었고요. 그러다가 부모님이 당진의 합덕이라는 지역에 이주하시면서, 함께 합덕시장을 놀러 갔어요. 시장을 둘러보는데, 길바닥에 ‘버그내 순례길’이라고 적혀있는 거예요. ‘당진에 순례길? 내가 안 걸어볼 순 없지’라는 생각으로 걸었어요. 버그내 순례길 중간에는 조선시대에 3대 제방으로 여겨졌던 ‘합덕제’가 있어요.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이 묻는대요. “너 합덕제에 가봤냐?” 안 가봤다고 대답하면, 도대체 살아서 무슨 일을 했길래, 그 아름다운 곳도 가보질 못 했냐고 혼낸다는 설화가 있어요. 종교를 떠나 좋은 걷기 길이고, 당진은 수도권과 가깝기 때문에 더 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저는 당진의 버그내와 산티아고를 모두 경험해 보았고, 스스로 창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디자이너잖아요. 버그내 순례길을 알리는 일을 제가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죠.

향주님과 정은님은 각자 다른 계기로 당진으로 왔고, 창업을 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옆 사무실을 사용하는 이웃이자 없어서는 안 될 협력자입니다.

정은] 향주님과 첫 만남도 참 재밌었어요. 순례길에 가고 싶거나 다녀온 사람들이 모인 운동 모임이 있어요. 근데, 거기 한 분이 <로컬을 편집하다>라는 책을 내셨다는 거예요. 3명의 저자가 6개월간 로컬 에디터로 살아가면서 쓴 책이었어요. 그중 한 명이 박향주라는 분이었죠.(웃음) 책을 읽고 얼마 되지 않아, 당진에서 창업 교육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근데, 그 자리에 ‘박향주’라는 이름을 가진 분이 있는 거예요. “혹시, <로컬을 편집하다> 책의 향주님이세요?” 하고 물었죠. 둘 다 지역의 자원으로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다 보니 통하는 게 많았죠. 제가 하고 싶은 걷기길 콘텐츠도 어쨌든 농촌 내에 있는 길이잖아요. 그곳에 살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농부이시고요. 농부 콘텐츠를 만드는 향주님과의 대화는 배울 것도, 즐거움도 많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향주] 저 역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제가 하는 일은 ‘농촌을 말랑말랑하게, 농부를 반짝반짝하게’라는 목표로, 농촌과 농부의 이야기를 흥미 있고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거죠. 기획은 제가 담당하지만 실제로 구현해 줄 전문가들이 필요해요. 정은님처럼요. 둘이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이번 시골언니 프로젝트가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도시도 아니고, 시골도 아닌

향주] 도시도 아니고 시골도 아닌, 그 사이는 또 다른 속도가 있다고 생각해요. 당진이 딱 그렇거든요. 도시라기에는 작고, 시골이라기엔 크죠. 당진 도심에 살면서 농촌에 있는 자신의 농장으로 출퇴근하며 농사짓는 농부님들도 꽤 많거든요. 이런 특징이 어떻게 보면, 시골과 도시를 연결하는 시골언니 프로젝트에 딱 맞겠다 싶었어요.

정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골의 이미지는 보통 비슷하잖아요. 하지만 당진 안에는 정말 다른 시골들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합덕’은 평야 지대라 시원한 경관을 갖고 있죠. 외부 문물이 빠르게 들어왔다 보니 과거에는 굉장히 부촌이었거든요. 그 시골에 극장이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주민들의 자부심이 굉장히 강해요. 한 번은 합덕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나, 당진 갔다 왔어~”라고 하시더라고요. 합덕도 당진인데 말이죠.(웃음)

향주] ‘대호지’는 당진에서 대(大)오지라고 불려요. 그만큼 깊숙한 자연 속의 시골이죠. 대호지에 있는 미소연은 도자기 공예를 하는 시골언니가 공방, 펜션 등으로 만든 곳이에요. 처음 갔을 때 ‘지브리 같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죠. 반면, ‘면천’은 소도시 느낌이 있어요. 면천 읍성을 중심으로 고즈넉한 동네가 자리 잡고 있죠. 슈퍼도 있고 교통편도 좋고, 카페와 식당도 있고요. 살아가기에 적절한 인프라가 갖춰진 시골이랄까요? 만약 ‘난 시골은 좀 어려워.’라고 생각한다면 면천에서는 더 편하게 녹아들 수 있을 거예요.

향주] 당진 시골언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고 한다면, 다양한 시골을 보고 나에게 맞는 시골의 유형을 찾을 수 있다는 거예요. 도시도, 시골도 아닌 당진이라 가능한 게 아닐까요?

이전에 탐방러가 보내준 답장 하나가 떠올랐어요. 요즘 청년들이 대도시를 떠나 아주 시골로 가기보다는 어느 정도 살만한 도시를 거점으로 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탐방러 역시 향후 그러한 도시로의 이주를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오늘 소개한 당진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아요.😉 향주님과 정은님도 말씀하신 것처럼, 당진 외에도 대호지와 면천 같이 상반된 매력을 고루 갖춘 로컬이 많아요. 탐방러님이 알고 계신 곳이 있나요? 탐방러에게 공유해 주세요!

• 태어난 김에 남파랑길🔵 | 우리 같이 통영..걸을래? 전국의 20~30대 청년을 대상으로 1박 2일 동안 남파랑길 28, 29코스를 걷고 해양스포츠도 즐기는 행사예요. 각 회차마다 40명의 인원 제한이 있고, 총 2회 진행돼요. 선착순 모집이니 관심있는 탐방러는 여기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보세요.

• 해파랑길 2코스(부산 해운대)🏖️ | 부산 걷캉스! 해운대를 시작으로 청사포, 송정해변, 해동용궁사 등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걷는 코스예요. 편한 데크길이 많아서 걷기 여행 입문자에게 추천해요.(보수 중인 구간이 있어 계획에 참고해 주세요)

• 서해랑길 54코스(군산)🎞️ | 군산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코스예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셨나요? 촬영지인 초원사진관을 비롯해 다양한 근대 건축물이 늘어서 있는 근대화 거리에서 기념사진도 남겨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