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페스티벌에 갔을 때였어요. 입장하자마자 달려간 곳은 푸드존이었죠. 멀리서 ‘치킨’이라는 문구가 보였거든요. ‘그런데 이거 치킨 맞아…?’ 한입 물었는데 식감이며, 튀김 속 고기 색깔이며 닭고기 같지 않은 거예요. 알고 보니 새송이버섯과 병아리콩, 두부로 만든 식물성 치킨이었어요. 먹을수록 더부룩한 포만감보다는 든든함이 느껴지더라고요. 특히, 호불호가 있는 버섯의 향이나 맛이 강하게 느껴지지도 않았고요! (물론, 일반적인 치킨 맛을 기대하고 먹으면 아쉬울 수도 있어요.)

오늘은 지난 탐방레터가 받은 답장을 소개하며 시작하려고 해요.

💌 : 매번 육식에 관한 이야기가 빠짐없이 들어있는 것 같아 아쉬워요,,, 비거니즘을 주제로 한 번쯤은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머물거나 떠나거나 N지선다, 탐방레터라고 외치면서 정작, 식생활에 있어서는 충분한(한편, 필수적인) 선택지를 다루지 않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함께 ‘비건’* 이야기를 해볼 거예요. 중복인 오늘, 채식 한 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겨보세요. :)

*비거니즘은 모든 동물의 삶을 존중하고 이들의 착취에 반대하는 가치관이에요.(여기서 말하는 모든 동물에는 인간도 포함돼요) 이러한 가치를 지향하고 실천하는 사람을 '비건'이라 하고요.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모습은 삶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어요. 동물 실험이 이뤄지거나 동물에서 나온 소재, 원료로 만든 제품을 사용하지 않아요. 또, 동물원이나 서커스를 이용하지 않는 등으로요. 오늘 탐방레터에서는 특히, 식생활에 집중해서 다뤄볼게요!

채식에도 단계가 있어요?

채식한다는 말에 ‘그럼 너 고기 안 먹어?’, ‘계란은?’ 하는 식으로 질문을 연신 퍼붓다가 먹는다는 답변에 속으로 작은 물음표를 띄웠던 적 없나요? 채식주의자는 가금류, 생선, 달걀, 유제품, 꿀, 채소를 먹는 유무에 따라 크게 8단계로 나뉘어요.(아래 이미지 참고) 흔히, 우리가 채식과 혼용하는 ‘비건’은 가장 엄격한 단계에 해당해요.

채식을 시작하는 계기는 저마다 달라요. 나의 건강을 위해 혹은, 환경과 동물을 위해서 등 다양하죠. 계기가 무엇이든 채식은 우리 일상 속 다양한 분야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인간과 인간 외 존재들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소중한 발걸음이 될 거예요.

간헐적 채식부터 차근차근 어때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은 채식을 지향하지만, 상황에 따라 육식을 허용하는 채식주의자를 뜻해요. 처음부터 완벽한 비건이 되기를 목표로 한다면 지속하기 어려울지 몰라요. 하나씩 차근차근 바꿔나가며 채식의 단계를 높여가는 걸 추천해요. 예를 들어,

• 고기 없는 요일 정하기 | 하루 한 끼, 일주일에 하루 등 날짜를 정해서 실천해 봐요

• 채식 식단 SNS 계정 팔로우하기 | 외식*이 잦으면 채식하기 힘들어요. 채식 식단을 공유하는 SNS 계정을 팔로우 해두고, 여유 있을 때 하나씩 만들어 먹어봐요. 또, 식단을 공유하며 서로의 채식을 독려하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외식 장소를 정할 때는 비건 식당을 추천해 봐요. 메뉴도 다양하고, 맛과 건강 모두 챙길 수 있으니까요. 전국의 채식 가능 혹은, 전문 식당을 야금야금 아카이빙한 지도들도 검색 시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ㄴ못난이 채소 구매하기 | 단순히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농산물이 전체 생산량의 1/3이나 차지해요. 이는 지구 온난화 등 환경 문제를 가속하죠. 맛과 신선도에 있어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못난이 채소로 저장해 둔 요리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 성분표 확인하기 | 식료품 구매 시 성분표를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요. 식물성 재료 100%라고 광고하는 제품 중에도 사실상 동·식물 재료가 혼재된 경우가 꽤 있거든요.(참, 탐방러님은 라떼 좋아하시나요? 많은 카페에서 라떼의 우유 대신 두유*나 오트밀크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이 준비되어 있더라고요! *단, 모든 두유가 비건에 해당하지는 않으니 주의하세요)

내 손으로 뚝딱! 채식 레시피

오늘 소개해 드릴 레시피의 가장 큰 장점은 집에서도 손쉽게 해 먹을 수 있다는 거예요. (요리 이름을 클릭하면 자세한 레시피를 확인할 수 있는 링크로 연결돼요)

• 버섯누룽지탕🍄| 최근 방문한 식당에서 누룽지 삼겹볶음을 먹었어요. 중화식 볶음이라던데 탕에 가까운 비주얼이더라고요. 삼겹살과 다시마, 누룽지가 주재료인데요. 의외로, 삼겹살이 주는 임팩트는 적었던 반면 버섯이 훨씬 부드럽고 잘 어울리더라고요.
• 가지갈비덮밥🍆| 요즘 제철인 ‘가지’는 특유의 물컹물컹한 식감으로 오이만큼이나 호불호가 갈려요. 하지만 묘~하게 갈비 맛이 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죠! (남은 가지는 프라이팬에 구워서 샐러드를 해 먹어도 좋아요.)
• 옥수수수프🌽| 딱, 3가지만 기억하세요. 초당옥수수, 오트밀크 그리고 소금! 부드럽고 달콤한 수프를 만들기에 충분해요.
• 오이탕탕이🥒| 장마가 가면 기다렸다는 듯 폭염이 오고, 폭염이 가면 장마가 오는 기묘한 날씨…! 더워서 또는, 습해서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은 마를 일이 없어요. 이때 오이로 수분을 보충해 주면 어떨까요? 참, 오이탕탕이의 핵심은 오이를 사정없이 두들기는 데 있어요. 스트레스도 함께 날릴 수 있는 일석이조 비건 레시피예요.

지난주, 탐방레터에서는 고기와 찰떡궁합인 마늘은 무엇인지 물었어요. 투표 결과, A. 알싸~한 생마늘(43%), B. 달짝지근 구운마늘(57%)🧄의 응답을 기록했어요. 열띤 참여와 함께 엎치락뒤치락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답니다!

로컬, 이번엔 ‘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