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는 언어의 다양성을 보전할 목적으로 전 세계의 소멸 위기에 처한 언어를 다섯 단계로 나눠 지정해요. 2010년, 제주어가 ‘아주 심각한 소멸 위기에 처한 언어(4단계)’로 지정되기도 했죠. 언어는 지역 고유의 지식과 세계관 등이 축적된 것으로 언어의 소멸은 곧, 한 문화와 지식의 소멸을 의미한다고도 해요.(앤드류 달비, 『언어의 종말』 간접인용) 제주도는 사라질 위기의 제주어를 지키고 지역 정체성을 보전하기 위해 표기법 개정 및 사전, 웹툰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오늘은 정겨운 사투리가 인상적인 ‘제주’ 토박이 시골언니를 만날 거예요. 탐방러님, 혼저 옵서예!

📢 이 콘텐츠는 2023 시골언니프로젝트와의 협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걸 먹을 거라고 갖고 왔니?

제주 토박이. 제주도에서도 중산간 지역인 청수마을에 살지만 원래는 제주 서부 끝 바닷가, 고산마을에 살았죠. 지금은 차로 10분 거리지만 바다와 중산간 마을은 전혀 다른 문화를 갖고 있어요. 음식부터 다르죠. 결혼하고 첫 번째 어버이날, 남편이 엄마 드린다고 산두릅을 한가득 따서 친정에 갔어요. 자랑스럽게 내놨는데 엄마가 “이걸 먹을 거라고 갖고 왔니?”라며 안 드시더라고요. 바닷가 마을에서 초장을 찍어 먹는 음식은 생미역, 문어처럼 바다에서 나는 것들이거든요. 산에서 난 건 취급도 하지 않는 거죠.(웃음)

치유농장을 만들고 싶었어요.

20살부터 학교 조리사로 근무를 시작해서 40살이 되는 해에 퇴사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절대 농사는 짓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보고 자란 게 있어서 그런가? 농사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당시에 치유농장*, 치유농법이 붐이었어요. 나도 몸이 아팠기에 관심이 갔고 또, 우리 마을에 곶자왈이 있는 만큼 치유농장을 만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원예 치유, 농촌 체험지도, 사회복지 등 다양하게 배웠어요. 조그마한 감귤 농장도 마련하고요. 아직 치유농장의 꿈은 진행 중이에요. 7년 이상 걸쳐서 감귤 농장에 유기농 인증을 받기도 했고, 주변에 치유가 필요한 분들을 모셔서 함께 지내며 발전시키고 있어요.

*치유농장 :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자연을 가꾸며 재활 운동을 하는 농장. 2000년대 유럽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는 2010년대부터 확대되기 시작했어요.

영어가 안 돼요. 그래도 할 수 있나요?

어느 날, 우프*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주도에 갈 일이 있는데, 유기농 감귤 농장에 방문해도 되냐고요. 그렇게 오셔서 둘러보더니 대뜸 우프 호스트를 제안하셨죠. “영어가 안 돼요. 그래도 할 수 있나요?” 그랬더니, 웃으시면서 다 가능하다, 요즘 번역기도 잘 나온다며 용기를 주시더라고요. *우프(WWOOF)는 '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의 약자로, 유기 농가에서 하루 6시간 이하의 노동과 숙식을 교환하는 세계적인 네트워크예요. 1971년 영국에서 시작되어 현재 전 세계 150여개 국이 회원국으로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에 포함돼요.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간 친구와 입양을 간 친구예요. 각자 한국이 궁금해서 우프를 신청한 거죠. 이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과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지금도 미국에서 둘이 만나면 영상 통화가 와요. 편지를 써서 보내주기도 하고요. 또, 한 번은 재일교포인데 할아버지가 제주도 사람이래요. 본인은 일본에서 태어났고 자랐지만, 제주도에서 할아버지 흔적을 찾고 싶은 거지. 제주도에 뿌리를 찾고 싶다는데 토박이로서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주고 싶었어요. 일본에서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에 관한 오래된 서류를 다 가져왔더라고요. 우프를 처음 시작할 때는 생각지도 못한 경험들이에요.

이모, 내일 비행기 탈 건데 집에 가도 되죠?

우리 농장에서의 우프는 하루 5시간만 일해요. 오전에 일하고 나면 오후는 자유라, 나들이를 가요. 생각보다 제주 원주민과 같이 다니는 걸 꿈꾸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무조건 데리고 가는 곳이 우리 마을 청수곶자왈, 그리고 내가 자란 마을인 고산의 수월봉. 또, 송악산 둘레길에 바다가 태평양을 만나는 지점이 있어요. 왜 제주도가 평화의 섬으로 지정되었는지 알 수 있는 공간이죠. 이번 시골언니프로젝트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농사도 경험하고 제주 토박이들과 이곳저곳을 탐방하기도 하고요. 도시의 청년들이 와서 정착까지 못 해도 괜찮아요. 그냥 가끔, “이모, 내일 비행기 탈 건데 집에 가도 되죠?”라는 전화 한 통이 오는 관계가 되면 좋겠어요.

제주 토박이, 시골언니 양숙님을 보러 가기 전 짤막하게 제주어를 공부해 보면 어떨까요? 제주어는 알아듣기 힘든 사투리 중 하나로 유명해요. 심지어 제주의 젊은 사람들도 시골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쓰는 사투리는 7~80%만 알아듣는다고 하고요. <우리들의 블루스>를 비롯한 여러 콘텐츠를 통해 탐방러도 간간히 제주어를 들어봤을 거예요. 대표적으로 ‘무사=왜’, ‘맨도롱=따듯’, ‘촘말로=정말로’, ‘혼저=어서’, ‘왕=오다’ 등이 있죠. 그럼 퀴즈!🔍. 아래 제주어는 무슨 뜻일까요? 버튼을 눌러 탐방러님의 답안지를 작성해 주세요. :)

 Q. 제주말 어떵 하우꽈? 무신거랜 고람 신지 몰르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