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보카 폴리는 P, 저는 F로 시작해요

2023. 5. 2.

이번 주는 근로자의 날(1일), 어린이날(5일)로 오랜만에 긴 휴가를 보내는 탐방러도 있을 것 같아요. 탐방레터는 휴일에도 어김없이 메일함에 도착해 있으니까요. 아침의 물 한 잔처럼 잊지 말고 챙겨주세요. 오늘 레터는 속초로 광주로, 동에 번쩍⚡ 남에 번쩍 탐길동이 되어 준비했어요. 볼거리와 먹을거리 가득하니 레터로 먼저 즐기고, 휴일엔 직접 떠나도 볼까요?

- 다마수 드림

🚩 #47, 탐방 시그니처 콘텐츠로 채운 수요레터

1. 봄날의 광주에서 즐기는 아트 투어

2. 여행자의 시선으로 다시 보는 속초의 ‘성범’님

3. 쉿, 탐방러는 덕질 중!

광주 출장을 준비하자마자 난관에 부딪혔어요. 여행지로는 딱 떠오르는 곳이 없었거든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탐방러의 도움을 받을 걸 그랬어요!) 이전에 ‘광주비엔날레’를 보기 위해 광주를 찾은 기억이 있어요. 널찍한 공간 속 적절하게 잘 배치된 전시를 보고 난 뒤 다시 광주송정역에서 KTX를 탔었죠. ‘광주’보단 ‘비엔날레’가 주인공이었던 거예요. 이번엔 나름 진짜 ‘광주’✨를 즐긴 것 같은데 탐방러에게만 공유할게요!

딱 하루, 금남로 걷기 여행 코스

광주는 볼거리가 많은 도시예요. 국립광주박물관, 광주시립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김대중컨벤션센터 그리고 민간 갤러리까지 포함하면 하루 이틀로 소화하기 어렵죠. 하지만 딱 하루가 허락된다면, 지금 안내하는 '하루 걷기 여행 코스'를 추천해요. 금남로를 따라 걷다 보면 많은 예술 공간을 만날 수 있어요. 도시 곳곳에 설치된 폴리(folly), 전일빌딩과 옛 전남도청 그리고 끝에는 아시아 문화전당까지. 광주의 여러 얼굴을 볼 수 있을 거예요.

로보카폴리는 P, 저는 F로 시작해요

탐방러님, 폴리(folly)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폴리는 본래의 기능이 없이 장식적 역할을 하는 건축물을 의미해요.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분들이라면 오래된 정원 속에 생뚱맞게 서 있는 건물들을 기억할 텐데 바로 그런 것들이에요. 광주폴리는 쇠퇴를 겪고 있는 광주광역시 구도심의 도시재생을 위해서 시작됐어요. 시점에 따라 구분되는 광주폴리는 ①역사의 복원 ②인권과 공공공간 ③도시의 일상성-맛과 멋 ④무등의 빛이란 주제로 총 31개가 도시 곳곳에 설치되었어요. 금남로 주변엔 역사의 복원(11개) 작품이 있는데,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모두 방문할 수 있어요.

중요체크📌 전일빌딩과 뷰폴리

금남로에서 가장 좋은 뷰포인트는 2곳이에요. 첫 번째로 <전일빌딩245>는 5.18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전시 공간이에요. 옥상에 오르면 옛 전남도청과 구도심을 한눈에 볼 수 있어요. 높은 건물이 많지 않아 멀리 펼쳐진 무등산🌄이 웅장해 보여요. 두 번째는 <뷰폴리>예요. 폴리 프로젝트 중 하나인 뷰폴리는 ‘CHANGE’라는 문구가 강렬한 설치물로, 광주영상복합문화관 옥상에 있어요. 거대한 ACC를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아요.

ACC=국립아시아문화전당

금남로 걷기 여행의 종착지는 ACC! 안내 센터로 진입하면 탁 트인 실내 공간이 있어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있어서 노트북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또 한쪽에는 무료 짐 보관함이 있어 뚜벅이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전시관에는 늘 아시아 국가의 문화를 주제로 한 전시가 진행돼요. 가깝지만 잘 몰랐던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볼 수 있어 신기했어요.

거리에 펼쳐진 폴리부터 끊임없이 전시가 펼쳐지는 ACC까지. 널찍하면서도 깨끗한 광주가 너무 좋았어요. 예술문화 전시를 좋아하거나 한적한 뚜벅이 여행지를 찾는 분들께 추천해요.

> 봄 사랑 벚꽃 말고 광주🌸

주소 | 강원 속초시 동해대로 3938-1
운영 시간 | open 11:00-17:00(주말 19:00), 매주 목 정기휴무

2018년 5월 5일 어린이날, 속초의 젤라또 가게 ‘라또래요’가 문을 열었어요. 이곳에서는 속초와 강원도에서 나는 작물로 만든 젤라또를 만날 수 있어요. 시그니처인 감자🥔 젤라또부터 블루베리, 속초커피, 쑥, 딸기 ···. 남들과 똑같이 도시 생활을 꿈꾸며 상경했던 성범님은 왜 고향으로 다시 돌아와 가게를 열었을까요? 지금 바로 들려드릴게요.

어? 우리 동네에도 있는 건데?

속초에서 나고 자랐어요. 이후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서울에서 살게 되었죠. 달리기 관련 회사를 다니다 보니 달리기 대회에 참관하러 해외로 나갈 일이 많아졌죠. 일반 달리기 대회도 있지만, 트레일 러닝이라는 자연 속을 달리는 대회가 참 많아요. 몽블랑 산맥이나 스웨덴같이 자연경관이 좋은 곳에 가게 되었죠. 참 좋고 멋지다고만 여기다가 어느 날 갑자기 ‘어? 우리 동네에도 있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다, 호수, 산. 모두 내 고향 속초에 있는 것이고 또 해외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죠. 사실, 속초에 살 때는 산이나 바다에 대한 감흥이 없었거든요. 오히려 해외에 가서 보니까 확 깨닫게 되었어요. 그 이후 평소와 똑같이 서울에서 일상을 살아가는데, ‘왜 나는 서울에서 이렇게 전쟁을 치르고 살고 있지?’ 싶더라고요. 속초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왜 여기서는 그게 안되지? 왜 안 하는 거지?

속초에 돌아와 빵집에서 일하면서 재료에 대한 아쉬움이 컸어요. 예를 들어 딸기 빵이라고 하면, 제빵사가 빵은 정말 열심히 만드는데 딸기는 그냥 퓨레나 냉동제품을 사용하더라고요. 그때 또 해외의 기억이 떠올랐죠. 관광을 하러 가면 전 그 지역에서 난 재료로 만든 디저트에 더 관심이 갔거든요. 실제로 그런 제품이 더 유명했고요. ‘왜 여기서는 그게 안되지? 왜 안 하는 거지?’ 고민이 시작되었고 수소문하기 시작했어요. 운이 좋게도 실제 농사짓는 농부님들이 연결되었죠. 제 고향이 속초라는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여기 사람이고 어떤 학교를 나왔다고 하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면서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

어떤 구상을 하고 찾아뵌 건 아니었어요. 디저트는 과일이라는 재료가 중요한데, 강원도에 재료가 있다니까 찾아간 거죠. 자주 만나서 얘기하니 농부님과 친해질 뿐만 아니라, 재료에 대한 이해도 더 높아졌던 것 같아요. 제가 재배한 건 아니지만 재료에 대한 애착이 생겼달까요? 그리고 재료를 찾아다니다 보니, 토박이인 저조차 생산되는지 몰랐던 재료들도 많았어요.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강원도 과일이 유명하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기후가 변해서 과일을 재배하시는 분이 많아진 거예요. 앞으로도 속초와 강원도의 신선한 재료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젤라또를 만들 거예요. 그게 속초만의 가치를 더 제대로 알고, 표현하는 길인 것 같거든요.

우리는 익숙한 공간, 사람, 물건의 가치를 놓쳐버리곤 해요. 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순간 불쑥,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주변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해외에서 고향, 속초의 가치를 발견한 성범님처럼요. 생각해 보면 우리가 떠나는 여행지도, 누군가에겐 일상의 공간이잖아요. 오늘 하루, 여행자의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익숙함에 가려진 놀라움을 발견할 거예요!

라또래요~를레이히🎼

🌱 오월은 푸르구나 탐방러님은 자란~다

이번 주 금요일은 어린이날(5/5)이에요. 나이가 중요한가요? 마음만은 모두 어린이인걸요! 만약 탐방러님도 어린이날 선물을 딱 하나! 고를 수 있다면 어떤 선물🎁을 가장 받고 싶으세요? 또는, 기억에 남는 어린이날 선물이 있으신가요? 다마수의 동료인 방울님과 탐진님은 각각 필름 카메라와 노트북, 저는 파스텔톤의 타건감이 좋은 키보드가 부쩍 눈에 들어오네요.

> 어른이날은 없나요...?

우리 모두 어덕행덕 💗

탐방러는 덕질 중!

지난 탐방 수요레터에서는 광주의 오래된 한옥을 지키는 ‘배무이(강동수)’ 님을 소개했어요. 사람이 죽으면 장례식을 치르는 것처럼 사라지는 집의 장례식을 치르는 마음으로 한옥을 고쳐나가요. 또, 직접 고치는 걸로는 사라지는 속도를 따라잡는 데 한계가 있으니 시간 날 때마다 전국의 건축 유산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요. 이처럼 탐방러도 무언가에 푹 빠져 깊게 파고드는 디깅(digging), 쉽게 말해 ‘덕질’ 중인 분야가 있는지 물었는데요, 다들 한 덕질하시더라고요. 탐방의 덕후(?)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필드 축덕⚽ 방구석 배덕🏐 | 예전에는 축구보러 서울에서 부산까지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도 했어요! 요즘은 식었지만ㅋㅋㅋ 방구석 배구덕질은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여자배구 인삼공사팀 팬인데 올해는 꼭 직관 가보고 싶네요ㅎㅎ
아미💜 | 생전 아이돌 노래라곤 안듣던 내가 어느날 유튜브에서 이끌리는대로 영상 시청하다가 BTS 지민의 FAKE LOVE 직캠을 보곤.. 그날 밤을 새며 BTS무대를 봤어요.. 그러곤 MIC DROP무대를 보곤 그대로 입덕.. 아직도 아미랍니다 ㅎ.…
주말엔 LP | 요즘 LP 모으는 데에 빠졌습니다.... 좋아하는 가수 LP 위주로 모으다가 다른 LP들도 눈이 가기 시작했어요..(지출이 좀 부담스럽긴 합니다...) 턴테이블은 CD플레이어💿와는 다르게 세팅하는 데에도 번거롭고, 이전 곡으로 돌아가거나 한 곡 반복 재생 같은 기능이 없어서 불편할 때도 있지만 그 점이 매력적이기도 해요. 일정 수의 곡이 지나면 LP를 뒤집어 줘야 해서 음악에 집중하게 되고요. 그래서 주말에 날 잡고 듣고 싶은 LP들을 골라 감상합니다.
빙그레 이글스⚾ | 야구를 보게 된 지 이제 6년 차인데, 이제야 야구를 제대로 볼 줄 아는 것 같아요. 예전엔 응원가 부르고 춤추기만 하고 야구는 보지도 않았는데, 이젠 야구 흐름을 다 보면서 응원가를 부른달까요? 직관을 하지 않아도 집에서 중계를 꼬박꼬박 챙겨보고요.(중계를 보면서 야구에 대한 지식이 확 늘기도 했어요.) 원래 취미가 없는 게 고민이었기 때문에, 야구라는 취미가 생긴 게 참 좋아요. 한화이글스가 야구만 잘하면 정말 좋겠네요!
이냉치냉 | 냉면을 좋아해서 냉면 맛집을 찾아다녔어요. 일부러 찾아다닌건 아니지만 돌아다니는 지역이 넓기도 하고 뭐 먹을까 생각하면 냉면이 먼저 떠올라서 많이 먹어봤어요. 서울 을밀대, 대전 원미면옥, 사리원 등등.. 냉면이라는 음식이 역사가 깊다보니 가게마다 전통과 역사가 있는 게 참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이렇게 역사가 깊은 곳만 찾아다니지는 않지만 오래된 맛집을 가보면 가게의 오랜 단골분들을 보게되는데 그럴 때마다 그 지역의 역사를 잠시 엿보는 느낌이 들어요. 😋

💌 from 탐방러

지난 탐방 수요레터가 받은 답장이에요.

몇 년 전에 그냥 무작정 광주 여행을 갔는데 숙소 근처가 우연히도 양림동 근대문화마을이었거든요. 선교사 건물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었어요. 한옥 얘기도 흥미로웠는데 중간에 지나가듯 나오는 굴뚝 모양이 어찌나 반갑던지... ^_^ 탐방레터 만나려고 몇 년 전에 광주로 여행을 갔다와뒀던 걸까요...! ㅎㅎ 이번 탐방은 건물 구경 좋아하는 저에게 커다란 대리만족감을 주었습니닷! 감사합니다~ 아 참 그리고 동수 배무이님께 감사하다는 말씀도 전하고 싶어요. 성스러운 기록자입니다. 멀리서 항상 응원할게요. (조선시대 벽지도 덕분에 알게 됐네요!)

ㄴ 탐방레터에서 곧 반가운 장소들을 또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양림동…!) 기대해 주세요.😊 배무이(동수) 님과의 인터뷰는 탐방에게도 굉장히 즐겁고 새로운 기억이에요. 모든 로컬 친구들이 그렇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시도하기 어려운 다양한 일을 하고 계세요. 읽고 또 읽게 되는 따듯한 답장 감사해요. 탐방도 탐방러 항상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