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서 머물 수 있는 딱 한나절의 시간이 생겼어요. 어떻게 이시간을 알차게 보낼까 고민했죠. 하회마을, 도산서원, 안동하면 떠오르는 문화유산들을 가보자 했는데, 자가용 없이는 방문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안동역에서 하회마을까지는 직선거리로 13km가 넘고, 약 1시간정도 버스를 타고 갈 수 있기는 하지만 하루에 단 10회만 운영하더라고요. 결국, 포기했죠. 서울의 2.5배, 넓고 넓은 안동에서 뚜벅이 여행 괜찮은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성공! 걸어서 세계, 아니 안동속으로~ 걷다가 만난 안동은 익숙하지만 새로움이 가득했어요. 발걸음을 멈추게 한 공간을 소개할게요.

🐟 옥정밀, 고등어가 양식에 빠지면?

소담한 한옥, 오늘 안동에서의 한 끼를 책임질 양식당, 옥정밀이에요. 왜 안동에서 양식이냐고요? 안동의 고등어를 양식으로 재해석한 특별한 곳이거든요. 고등어 파스타, 고등어 버거, 고등어 아란치니까지. 고등어 파스타라니! 상상도 안 가는 맛이라, 너무 궁금했죠. 한옥 대문을 살짝 열자, 아기자기한 분위기에 고소하고 매콤한 냄새가 입맛을 돌게 했어요. 오픈된 주방에서는 셰프님의 능숙한 손놀림과 현란한 불쇼가 이어졌어요.

고등어 한 마리가 통으로 올라간 파스타의 생소한 비주얼에 잠시 멈칫했지만, 사장님의 안내대로 고등어를 먹기 좋게 찢어 파스타와 함께 한입을 베어 물자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에 탄성이 절로 나왔어요. 사실 파스타에 고등어라니, 비리지는 않을까 걱정했거든요. 전혀 비리지 않고 고등어가 파스타의 맛을 더 풍성하게 만들더라고요. 동글동글 귀엽게 생긴 고등어 아란치니는, 고등어 살과 밥을 한데 똘똘 뭉쳐 튀긴 메뉴예요. 고소한 고등어 향이 은은하니 베어 감칠맛 대폭발! 겉바속촉 튀긴 주먹밥이라니 얼마나 매력 있게요? 정말 *얼간재비가 따로 없었어요. *얼간재비 : 신선한 고등어의 간이 적당하다는 순수한 우리말이며, 안동의 방언이에요.

📽️ 안동 중앙아트시네마, 다양한 영화가 모이는 작은 영화관

걷다가 한 상가 입구에, ‘중앙시네마 예술전용관’이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어요. 아주 예스러운 간판은 ‘레트로 감성’ 아니고, 찐 ‘레트로’라는 느낌을 마구마구 풍겼거든요.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화이트보드에 정성스레 손으로 쓴 상영 시간표가 보여요. 단 한 개의 상영관뿐이지만, 참 알차게 다양한 영화를 선보이고 있었어요. 일반 영화관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독립 영화들이 많더라고요.

계단을 올라 3층 영화관에 들어섰어요. 우리가 알던 영화관과는 확연히 달랐어요. 작은 동네 책방 같기도 하고, 비밀 아지트 같기도 하고요. 영화관 사장님의 인사에, 안동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어요! 라며 짧은 대화를 나눴어요. 중앙시네마는 독립영화관이 별로 없는 안동의 씨네필*에겐 마음의 안식처, 가뭄의 단비 같은 곳이래요. 관객 수와 관계없이, 수많은 담론을 가진 영화들이 공중에서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문화 재생산 기지라고도 할 수 있고요. 문화와 사람을 매개하는 따뜻한 공간이라니, 시간이 흘러도 오래 남았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독립영화와 친하지 않더라도 부담 갖지 마세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영사기나 다양한 영화 관련 소품들도 즐비해서 가볍게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답니다. *시네필(Cinephile)은 영화 애호가를 의미하는 프랑스어로, "cinéma"(영화)와 "phile"("사랑한다"는 의미의 접미사)가 합쳐진 단어예요.

🖼️ 신세동 벽화마을, 머물고 싶은 낭만적인 노을 맛집

벽화마을은 양쪽 갈림길로 나뉘는데요, 마을이 크지 않기 때문에 어디로 가도 결국, 언덕의 정상, 같은 목적지에 도착한답니다. 저는 오른쪽 길을 선택해 오르기 시작했어요. 정겨운 토끼 그림, 조금은 유행이 지난 듯해 더 재미난 감성 글귀들을 구경하며 걸었어요. 언덕을 오르면 전망대라고 불리는 곳에,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페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어요. ‘그림애북카페 다시여기서’는 우연히 안동에 여행을 온 사장님이 신세동 벽화마을에서 내려다보이는 노을에 첫눈에 반해 그다음 날 바로 얻은 가게라고 해요. 얼마나 노을이 아름답길래, 한번 보자! 하고 기다렸는데 웬걸, 안동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에서 붉게 물드는 탁 트인 하늘을 보니, 여행 왔다가 즉흥적으로 터전을 잡은 사장님이 이해되더라고요. 안동… 너무 매력적인데요?

넋을 놓고 있는데, ‘3분 뒤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네? 이벤트요? 준비할 틈도 없이 사장님은 스톱워치를 맞췄어요. 3분 안에 카페 곳곳에 숨어있는 피규어를 찾으면 미션 성공-! 얼떨결에 카페 곳곳을 뒤지며 피규어들을 발견하고 예쁜 곰 인형을 획득했어요. 😎

📺 탐방러의 방구석 여행 콘텐츠 추천

지난주 탐방레터는 신정 연휴를 기념해서, 방구석에서 본 박하경 여행기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어요. 국어교사 하경의 8번의 주말 여행으로 여행의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았죠. 풍경, 사람, 사랑, 우정, 경험, 이해… 다시금 떠올리다보니 오늘 레터에서 전한 탐방의 안동에서의 한나절과 그리 다르지 않네요. 탐방러들도 여행 콘텐츠로 진짜 여행 못지않은 기분을 느끼곤 한다는데요, 그 콘텐츠 지금 나갑니다.

• 넷플릭스에 있는 <필이 좋은 여행, 한 입만!>. 울적할 때마다 한편씩 보는 시리즈예요. 진행자 '필'이 유쾌해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ㅎㅎ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의 얘기도 너무 좋고요. 그리고 노래가 중독성 있어서 계속 흥얼거리게 돼요 ㅋㅋ
  ㄴ 여행지에서의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보다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요? <필이 좋은 여행, 한 입만!>은 서울편도 있어요. 필 아저씨가 떡볶이 먹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흐뭇하게 웃었던 기억이 나요.

• 아마 경남지역에만 방송이 되는 것 같은데, 부산MBC의 <좌충우돌 만국 유람기> 추천합니다. 이 프로그램 아는 사람 소리 질럿~!
  ㄴ 걸어서 세계속으로와 세계테마기행을 가장 좋아하는 1인으로서, 추천해준 <좌충우돌 만국 유람기> 너무 궁금한데요?! 찾아보니 워낙 재미나서, 수도권에서도 새벽에 상시 편성되었대요…!(화요일 새벽 0시 45분) 🔗유튜브도 연결해둘게요.

• 유튜브 새덕후 채널이요! 야생 조류를 관찰하는 탐조가 취미인데, 여건상 직접 가지 못할 때가 많잖아요..! 그럴 때 새덕후 영상을 보면서 대리 탐조를 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ㄴ 철원에서 두루미 탐조 여행에 참여해본 적이 있는데, 새를 보는 경험은 정말 특별하더라고요. 생명체의 신기함과 위대함을 극도로 느낄 수 있었어요. 야생 조류의 대리 탐조라니, 새덕후 🔗유튜브도 연결합니다~

• 뭐니뭐니해도 여행은 먹는 거죠. 백종원 유튜브 중에서 ‘님아 그 시장을 가오’를 추천해요. 찐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숨겨진 맛집을 소개해주거든요. 유튜브를 보고 나면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또 사장들이 음식과 손님을 생각하는 진심 가득한 모습도 감동포인트랍니다.

  ㄴ 탐방도 🔗님아 그 시장을 가오는 늘 챙겨보고 있답니다. 특히 밥친구로 정말 최고예요. 이번 안동 출장 때 안동편에 나온 뼈해장국집을 눈독들였지만,, 그래도! 특산물인 간고등어를 소개하려 꾹 참았어요. (・∧‐)ゞ

💌 from 탐방러

지난 탐방 수요레터가 받은 답장이에요.

• 왠지 모를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새해였는데 <박하경 여행기> 리뷰를 보고 공감했습니다. 조만간 계획 없이 낯선 풍경과 사람들을 마주치러 어디든 잠시 떠나보고 싶어졌어요.
  ㄴ 계획 없이 떠난 여행에서 만나는 치유의 순간들이 있는 것 같아요. 탐방러님도 훌쩍 떠나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올 수 있길 바라요 😊

보낸사람 | 🌞쏠쏘르 🍚숭늉

🐙탐진 🐢길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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