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탐방이 자주 하는 질문이에요. 몇 해 전부터, 여기저기서 로컬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로컬은 모두 다른 것 같았거든요. 또, 로컬이란 트렌디한 단어를 붙여, 작은 지역들이 상업적으로만 소비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탐방이 시사, 사람, 장소, 문화, 여행 등 다양하게 로컬을 다루는 것도 이러한 배경때문이에요.) 그래서 제목을 보자마자 오늘의 탐방 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 도대체 로컬이 무엇일까, 진정한 로컬은 어디인지 고민하는 탐방에게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로컬은? 아마도 ‘지방’이라는 말에 담긴 제한적인 또는 기울어진 이미지를 털어내고, 긍정적이면서 세련된 기운을 담은 표현이라고 짐작해본다. … 중략 … 한편 나는 로컬이라는 표현 속에서 지역성의 상실을 느끼기도 한다. 로컬이라는 개념이 각 ‘지역’이 갖는 고유성의 색채까지 끌어안고 있지는 않은데 여기도 로컬, 저기도 로컬, 일단 로컬이라 이름 붙이기 바쁜 인상이다. 전국 각지에 경리단길 을 본뜬 ‘ㅇ리단길’이 형성되는 것처럼 민간과 정부 구분할 것 없이 어떤 한 지역의 성공 사례를 빠르게 ‘복사하여 붙여넣기’ 한다. 뭔가 더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본래의 개성은 사라지고 획일성만 더하는 것은 아닐까. - 프롤로그 : 로컬 씨, 당신은 누구신가요 중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는 저자가 로컬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또 자신의 거주지를 찾기 위해 6개월간 춘천을 탐색한 여정이자, 춘천에서 일어난 다양한 로컬 프로젝트의 뒷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오늘은 아주 살짝, 로컬 씨를 훔쳐볼게요.

카페에 비치된 쿠폰에 청소년을 응원하는 메시지와 함께 미리 계산된 금액이나 음료명을 기재하여 게시판에 붙여두면 청소년들이 그 쿠폰으로 음료를 교환하여 카페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 맡겨놓은 카페는 청소년들에게 ‘청소년이라는 것만으로 관심과 응원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경험케 해주는 프로젝트다. 청소년들이 맡겨놓은 카페를 이용하는 데에는 어떠한 조건도 없다. 14~19세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 맡겨놓은 카페를 알게 된 날 나는 카페 운영자에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료수를 물어 청포도 에이드 두 잔을 맡겼다. … 카페 운영자로부터 메시지를 받게 됐다. 며칠 전에 맡겨놓은 마음을 그날 아침 춘천고등학교 학생들이 찾아갔다는 소식이었다. 춘천 온의동은 그날 내가 처음으로 간 낯선 동네인데 생각지도 못한 피드백을 받고는 얼마나 뿌듯하던지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또 마음 맡기러 가야겠어요’하고 답을 보냈다. 어쩌다 한번 가본 동네와 내 마음을 맡긴 동네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 않은가. 물리적 거리감은 그대로라 해도 심리적 거리는 확실히 줄었다. - 내가 살던 동네도 사라질까 중

맡겨놓은 카페 프로젝트는 2022년 춘천 중간지원조직 6개가 협업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동사업으로 기획, 실행된 공공사업이라고 해요. 청소년이라는 것만으로 관심과 응원을 받아 마땅하다니. 정말 따스한 마음 아닌가요?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지만, 저도 춘천에 가면 마음을 맡겨놓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도 벌써 춘천과의 거리가 가까워진 것 같네요. 그러고 보면 지역을 살리고 알리는 일은 어쩌면 지역의 커뮤니티를 위한 일과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나도 그 일원이 되고 싶은 마음, 그게 로컬이 흥하는 길 아닐까요.

무엇이 그/그녀를 다시 돌아오게 했을까

춘천시를 상징하는 나무는 은행나무요, 꽃은 개나리, 새는 산까치, 그리고 동물이 호랑이다. 시 홈페이지에 이렇게 안내되어 있긴 한데, 왜 이들이 춘천의 상징종인지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내용은 없다. 자기가 사는 지역의 상징종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거다. … 그럴 만도 한 것이 중복 지정된 상징종이 많다. 춘천시의 상징 나무인 은행나무는 무려 72개 지자체에서 상징 나무로 지정하고 있다. … 이는 근래 대다수의 지자체에서 도시 브랜드를 만들고 알리는 일과도 연결된다. 결국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인데 그게 얼마나 지역의 정체성에 부합하는지 또는 얼마나 지역사회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지를 묻고 싶어 진다. - 색깔을 만드는 일 중

이 또한 무릎을 탁! 치는 대목이었어요. 모든 지자체 홈페이지에 있는 상징종. 도대체 왜 있는 것인지 의문이었거든요. 거기다 은행나무는 72개, 개나리는 34개, 까치는 59개 지자체의 상징종이라니. 정말 있으나 마나 한 거였더라고요. 가끔 탐방은 종종 지자체의 브랜딩 컨설팅을 맡을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우리 지역에만 있는 특별한 것, 지역성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하죠. 하지만, 남(타 지자체)과 다른 것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때로는 우리 지역의 강점을 알지 못하기도 하고요. 그때마다 주장하는 게 ‘외부인의 시선’이에요.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에서는 춘천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서울로 갔다 다시 춘천으로 돌아와,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든 은주씨와 선우씨를 소개해요. 저자는 이들이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서울에서 살아본 경험으로 춘천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닐지 추측하죠. 그리고 말해요.

그렇다면 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한 춘천시의 전략은 ‘오케이, 얼마든 서울로 가라, 가서 양껏 경험하라, 그리고 언제고 다시 내려오라, 두 팔 벌려 환영하리라’라고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를 일이다. - 색깔을 만드는 일 중

빈집들 사이를 걸으며

낭만이란 게 뭘까? 누구에겐 낭만인데 또 다른 누구에겐 낭만일 수 없다면 그건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춘천의 원도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도 춘천이 정말 낭만적인 곳일까 하고 되묻게 된 것은 언덕배기로 이어지는 골목 구석구석 잡초가 무성히 자리고, 출처 모를 쓰레기가 나뒹구는 빈집들이 꽤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 낭만에 대하여 중

예전에 들었던 산동네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옛 풍경이 그대로 남아있고, 마을에는 벽화가 그려져 아기자기한 분위기에 여행지이자 출사 장소로 유명해진 곳이죠. 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참 힘들다는 이야기였어요.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기도 하고, 잘 살지 못하는 처지를 보며 옛날의 추억이 떠오른다는 소리에 화가 나기도 한다면서요. 물론, 빈집과는 조금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겐 낭만이 아닌, 현실이라는 건 동일하죠.

저자는 춘천의 수많은 빈집을 이주를 꿈꾸는 사람들의 비빌 언덕으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상상을 펼치기도 해요. 부담스러운 귀촌 보다, 소도시의 이주가 더 현실적이라며, 일본의 시마코토 아카데미와 시골언니 프로젝트*의 사례와 같이 모두의살롱을 중심으로 한 춘천의 관계인구 실험을 꿈꾸죠. 함부로 낭만을 논하면 안 되는데, 낭만을 찾게 되는 모순. “그런데 난 왜 자꾸 춘천 도심의 빈집들을 보며 낭만을 품게 되는지 모르겠다.” 외부인과 내부인 사이의 줄타기. 로컬 씨는 아마도 그 사이에 있는 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하게 됐어요. 여러분의 로컬 씨는, 어디에 있나요? 궁금하네요.

📢 이 콘텐츠는 행정안전부의 2023 청년마을 사업과의 협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시골마을 여행. 요즘 가장 인기있는 여행 스타일 아닌가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들이 주로 가는 체험마을만 생각났는데, 이제는 고즈넉한 시골집에서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여유로움을 느끼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농사나 낚시를 체험하는 시골 라이프가 떠올라요. (지난주 콩콩팥팥을 보며, 들깨를 키우고 싶다는 욕구로 가득차기도 했고요🥴) 실제로 농어촌 마을에서도 관광객을 팔 벌려 환영하는 곳들이 많아졌어요. 경제적 효과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여행객으로 활기찬 마을 분위기를 주민들도 좋아하거든요. 그러면서 주민들은 고민에 빠졌죠. 우리 마을여행,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일 수 있을까❓ 지난 11월 24일, 경주 동쪽 해안에 위치한 감포에서 지속가능한 관광마을을 만들기 위한 대화의 장이 열렸어요. 지역과 관광 전문가, 마을 주민과 청년이 함께 한 <관광마을 컨퍼런스 ; 체크인 감포>로 안내할게요.

🎙 마을에도 지속가능한 관광이 중요해

김남현 교수(동국대 MICE관광산업연구소)는 국제 관광트렌드인 지속가능성은 이미 숙박, 교통 등 여행산업 전반에 보편화되어 있다고 말하며, 마을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인지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그리고 홍성군의 DMO인 (주)행복한여행나눔과 GDS 2023 Award에서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여행지로 선정된 스웨덴 예테보리 DMO를 소개하며 지역 관광거버넌스*에 대한 이해를 돕고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의 최우수 관광 마을 목표와 평가기준을 설명하고 지원에 필요한 것들을 소개했어요. 조만간 감포에서 유엔이 인정한 관광마을이 탄생하나요❗❓

* 거버넌스(Governance)는 통치, 관리, 시스템, 지배구조 등을 뜻해요. ‘지역 관광거버넌스’는 지역의 관광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는 다양한 협력체제 정도로 이해할 수 있으며, 과거에 정부 등 특정집단 주도로 이루어졌다면, 오늘날에는 지역사회의 수평적인 참여와 협력을 강조해요.

🎙 오래 달리려면 역시 즐거워야

탐방이 오매불망 신간 서적을 기다리는 더가능연구소의 조희정 박사는 일본의 구로가와 온천 마을을 사례로 DMO 지역관광 마케팅을 설명했어요. 성공적인 관광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해요. 문제파악부터 여행 상품을 만드는 과정까지 주민 의견을 반복적으로 듣고, 시제품이 나오면 다양한 계층의 외부인들에게 의견을 받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게 끝이 아니죠. 지속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하고 정책과 사업들을 만들어 나아가야 해요. 이 기나긴 과정, 쉽지만은 않겠죠. “위기감으로는 오래 달릴 수 없다. 오래 달리려면 역시 즐거워야 한다” 조희정 박사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 감포만의 이야기를 나눠요

강연이 끝난 뒤, 지역 주체들과 관심 있는 참여자들이 체험 콘텐츠, 스테이&스토리, 먹거리까지 3가지 주제로 흩어져 경주 감포마을의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체험 콘텐츠에서는 바닷가 마을을 흠뻑 체험할 수 있는 사운드 피크닉, 배낚시, 마을투어 사례가 발표되었고, 스테이&스토리에서는 템플스테이, 워케이션, 철학을 담은 공간, 스토리텔링처럼 깊이 있는 마을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오갔죠. 마지막, 먹거리에서는 경주체리와인, 해녀가 소개하는 감포바다 속 보물, 복합문화공간 1925의 사례도 소개되었고요. 이렇게 이야기로만 끝나긴 아쉽죠. 여행은 경험! 청년참여자 10명은 다음날 감포 바다로 나갔답니다. 체험 콘텐츠 분야에서 소개되었던 배낚시를 하며 감포 관광을 즐겼대요.(부러워요….!)

🧡 퇴근 후 가고 싶은 나만의 장소는?

지난주 탐방레터에서는 도시를 편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에딧시티 프로젝트의 윤주님을 만났어요. 저녁이면 에딧시티 프로젝트 편집소에는 퇴근 후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에너지로 새로운 도시의 풍경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이는데요. 탐방러들에게도 퇴근 후 가고 싶은 나만의 장소가 있는지 물었는데, 아주 다양한 장소가 쏟아졌어요. 🤠 탐방러들은 퇴근 후에 어디로 떠나는지 슬쩍 들여다볼까요?

• 사람 사이에서 지친 나를 달래는 오롯이 나만의 시간. 백색소음, 예쁜 인테리어,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음료와 함께하는 나만의 시간
• 사람들이 없는 카페에서 나만의 계획 세우기
• 요가원.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최적인 곳
• 장소라고 하긴 뭐하지만 버스요! 혼자 버스타는 걸 너~무 좋아해서 누가 데려다준다고 해도 거절하고, 차 사는 것도 미루고 있어요. 집까지 30분 정도 걸리는데 그 시간 동안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이북으로 만화를 읽어요. 저만의 소소한 힐링시간이에요...~
• 저희 회사는 일주일에 하루 재택근무인데 그날은 퇴근시간이 되면 얼른 가족들이랑 저녁 배달 뭐 시켜먹을지 고민을 시작해. 퇴근하자마자 바로 맛있는걸 먹을 수 있다는게 너무 행복해요!ㅋㅋㅋ
• 어딘가 있을 동네서점! 조용하게 하루를 알차게 마무리하고 싶어서요
• 공원이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살아있는 실감이 나요.
• 침대, 전기장판이 켜진 이불 속…
• 지대 높은 곳. 근무하고 있는 곳이 지하라 높은 곳에 올라가서 내려다 보고 싶어요.
• 인왕산 야등! 야경을 보러가고싶습니다. 서울의 야경을 볼 때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해요, 그 아름다움은 누군가의 고생(야근)이 빛나고 있는거니까요.

💌 from 탐방러

지난 탐방 수요레터가 받은 답장이에요. 

• 인터뷰 재밌었어요. 지역에서 무언가를 기획하고 싶은 공연기획자인데, 이제 로컬기획자로 지역으로 돌아가고싶은 마음이 왕왕있는데요. 그래서 이런 인터뷰들 읽는게 정말 재밌고 귀해요. 그리고 구독자들의 책추천코너에서 좋아하는 작가님의 <너무나 많은 여름이> 책이름이 나와서 반가웠어요!

  ㄴ 지역에서 멋진 것들을 기획해내시길 응원할게요💪 앞으로도 더 유익한 로컬 정보와 인터뷰를 기대해주세요.

• 겨울에 친구들 혹은 연인이랑 가면 좋을 로컬여행지 추천해주세요!
  ㄴ 이번주 금요레터를 꼭 확인해 주세요😘

보낸사람 | 🌞쏠쏘르 🍚숭늉

🐙탐진 🐢길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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