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간 탐방레터를 통해 펀딩 소식을 알렸던 <about dmz: 플로팅 강화>의 인쇄 감리를 가는 날이에요.(곧, 탐방 웹사이트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어요💗) 탐방의 멤버들은 작년과 올해, 강화를 부지런히도 다녔어요. 섬에도 가고, 산도 오르고 또, 시장과 서점·식당·카페 등을 찾아 다니며 저마다 다른 풍경과 삶이 있는 강화를 담았어요. 뭐라 정의할 수 없는 그야말로 모호하고 신비한, 그래서 더욱 끌리는 곳이었죠. 오늘은 이처럼 다채로운 강화에서 다름 아닌 ‘용기’를 얻었다는 시골언니를 만나고 왔어요.

📢 이 콘텐츠는 2023 시골언니프로젝트와의 협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1년만 강화에 살아보자

산마을고등학교라는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강화에 왔어요. 산마을학교는 소속되어 있는 마을 공동체도 있고, 학교에서 협동조합 활동을 하며 지역 어른들과 관계를 맺기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학이나 도시에 가지 않고, 특히 서울로 가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머리로는 무탈한 경로를 벗어나는 것이 고생길이라는 걸 알겠는데, 우리가 나눴던 상상대로 살아봐도 꽤 좋을 것 같았어요. 우선은 1년 정도 살아보고, 안되면 가볍게 떠나버리자는 마음으로 강화살이가 시작됐어요.

한편, 강화에 남으려고 생각을 굳혀가고 있었던 고3 후반 때, 청풍의 유마담을 찾아갔어요. 강화에 남을 거라고 했더니 ‘여긴 청년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었으니 서울로 가라’고 하는 거예요. '지역에 남아보겠다니 기특하네'하는 칭찬이 너무 맛있었던 저는 찜찜한 마음을 못 본 척 넘겨버렸죠.(웃음) 결국, 유마담의 말이 맞았어요. 처음 1년의 강화살이는 어려움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러다 청풍에서 진달래섬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을 준비하는데, 함께 해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죠.

이제야 내가 뭘 하려는 건지, 뭘 말하고 싶은지 알 것 같아요

연고 없는 지역에서 산다는 게 참 어렵다는 걸 경험했지만 청풍과 조금 더 일해보고 싶어서 '다시 1년만 더 해보자'고 생각했죠. 기존의 귀농·귀촌 수요자로 인식되었던 남성, 토박이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경로를 모색하며 시골을 찾는 여성과 청년, 나처럼 지역에서의 삶을 상상하는 후기 청소년, 자신만의 삶과 업을 세워가는 멋진 이웃들을 호명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무척 의미 있고 즐거웠어요. 이제 일을 시작한 지 4년 정도 됐는데, 올해 들어서 일이 훨씬 수월해지고 재밌어요. 힘들고 분주한 상황이 변한 건 아니지만, 이제야 내가 뭘 하려는 건지, 뭘 말하고 싶은지 혹은, 우리가 뭘 말하고 싶은지 스스로가 정확히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청풍은 강화에서 자기만의 메시지를 만들어 가는 개개인을 느슨하게 연결하는 커뮤니티, 강화 유니버스를 지향하거든요. 둘러보니 어느새 제 옆에는 다채로운 이웃들로 가득했죠.

금풍양조장의 사장님도 그렇죠. 그분은 원래 서울에서 굉장히 잘 되던 사업이 있으셨대요. 그런데, 그걸 접고 강화로 오셨죠. 할아버지, 아버지, 본인까지 이어지는 가족의 역사를 의미 있게 활용하기 위해서요. 가족의 이야기를 복원하고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경하고 멋졌어요. (👉금풍양조장의 탐방 인터뷰 보기) 강화에는 자신다운 업과 삶을 만들어 가는 이웃들이 많아요. 좋은 태도를 가진 이웃들과 곁을 나누며 산다면 그들의 관점과 태도를 서서히 닮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강화는 계절도 다채롭고 자연도 다채롭지만, 그것만으로 강화에서 이렇게 오래는 못 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멋있고 좋은 이웃들이 이렇게 다양하게 있으니까,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거죠.

시골언니프로젝트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예요. 언니라는 말이 '어금니가 먼저 난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더라고요. 그 의미에 빗대어 봤을 때, 저는 우연히 여기 먼저 살고 있었던 사람인 거죠. 시골이란 어금니가 먼저 난 사람이요. 매 기수를 마칠 때마다 오히려 제가 그 시간들을 통해 '용기'를 얻었어요. 참여자의 회고에서도 항상 나왔던 키워드가 ‘용기’이기도 했고요. 이주할 용기보다는,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였죠. 많은 분이 강화에서, 또 저와 청풍을 매개로 ‘용기’를 얻어간다는 게 저한테도 큰 힘이자 용기가 되더라고요. '강화에 살아보겠다고 참 애썼다, 앞으로도 잘 살아보고 싶다'는 용기요.

‘1년 정도 살아보고, 안 되면 떠나버리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강화살이도 어느새 5년여의 시간이 흘렀다는 결님. 처음 강화에 남기로 했을 때 지역 어른들은 다들 기특하다며 결님을 칭찬했지만, 청풍의 유마담님만큼은 경험에 기반한 현실적인 조언으로 만류했어요. 그럼에도 강화에 남았고 좌충우돌 어려움도 많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앞으로도 잘 살아보자’ 용기를 얻었죠.

만약 내 가족, 친구 등 가까운 누군가가 ‘너희 지역에서 살려고 하는데 어떨 것 같아?’ 라고 묻는다면 아래 두 보기 중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나요?

• A. 강력 추천! 언제 올 거야?
• B. 음… 좀 더 생각해 보는 게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