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남긴 말,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죽는 날까지 선택의 연속이라는 뜻으로 많은 드라마와 예능, 책이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이를 패러디한 ‘B와 D 사이의 Chicken(치킨)🍗’이라는 재밌는 표현도 있고요. 그래! 결심했어! 오늘은 죽음, 탄생 그리고 치킨도 아닌 🄱책과 🅓드립 커피, 그 사이의 🅲문화가 있는 광주의 장소를 소개할게요.
- 다마수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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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 탐방 시그니처 콘텐츠로 채운 수요레터
1. B와 D 사이의 C,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있는 광주
2. 책과 술, 사람이 함께 익어가는 ‘책, 익다’
3. 하루 중 커피가 가장 절실한 시간은?
4. 탐방러가 추천하는 얼음 동동 시원한 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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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의 저는 핸들이 고장 난 8톤 트럭이라고 할 수 있어요. 주말에 수리를 맡기기로 하고 급한 대로 매일 아침 커피를 가득 채워줘요.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로 ‘커피 마시니까 힘 난다!’ 하거든요. 맛의 고장, 광주로 떠나며 아이러니하게 가장 먹고 싶은 건 커피였어요. 이왕이면 시간도, 마음도 여유가 필요한 드립 커피. 두고 온 일은 제쳐두고 온전히 커피에만 집중하는 사치를 누리는 거예요. 보다 여유를 즐기기 위해 광주 동명동 카페거리를 살짝 빗겨 주변을 맴돌기로 했어요. 그리고 이번 여행을 이렇게 이름 지었답니다. 광주는 B(Book)와 D(Drip coffee) 사이의 C(Culture)다. 책 한 권을 끼고 커피를 마시며, 광주의 역사를 찬찬히 훑는 글을 통해 탐방러님 마음에도 잠시나마 바람이 통하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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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탁앤아이허, 재즈를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녁 식사 후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하는 북카페, 손탁앤아이허를 찾았어요. 주택가 골목 사이로 따뜻한 노란 빛을 내는 2층짜리 적벽돌 건물. 의문을 품어볼 만한 인상적인 이름은 미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 ‘수전 손탁’과 독일의 음반 레이블 ECM*의 창립자 ‘만프레드 아이허’의 이름을 조합했어요. 제게는 모두 생소한 인물이라 궁금증이 해소되기보다는 더해진 기분이에요. *지휘자 정명훈은 ECM 뉴시리즈(ECM의 클래식라인)를 통해 첫 솔로 피아노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어요.
'커피는 어둠처럼 검고, 재즈는 선율처럼 따뜻했다. 내가 그 조그만 세계를 음미할 때 풍경은 나를 축복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벽면을 빼곡히 채운 열람용 책과 음악 CD들, 잔잔한 BGM. 나선형 계단으로 이어지는 2층은 1인 고객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온전히 책에 집중하거나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 배려가 느껴져요. 요즘은 커피 대신 술을 마시며 책을 읽는 북펍이 심심치 않게 보여요.(다음 코너에서 이어지는 ‘책, 익다’도 그렇고요) 이곳 역시 커피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티와 칵테일을 판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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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커피로스터스, 어장의 크기는 수족관의 scale
작년, 동리단길 커피 축제 ‘올해의 커피 경연대회’에서 1등 상을 받은 물고기커피로스터스. 아시아와 라틴, 아프리카까지 다양한 산지의 원두로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요. 하지만 고민할 새도 없이 동명동에서 짱 먹은 블랜딩 원두를 맛보기로 했어요. 기다리는 동안 로스팅룸을 기웃대고 있으니 흔쾌히 구경해도 된다고 하셔요. 그리고 이내 로스팅 과정 전반과 결점두*를 골라내는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죠. *생두를 운반, 보관하는 과정에서 커피 곰팡이가 생기는 등 결점이 있는 콩
커피 내리는 과정을 1열에서 관람할 수 있는 바에 자리를 잡았어요.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을 보냈으니 가히 원데이 클래스 하나를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일찌감치 일본으로 커피 유학을 다녀오신 사장님은 지금껏 만나본 사람 중 가장 커피에 진심이셨어요. 갖고 계신 도자기 드리퍼(dripper)**들과 필터를 하나하나 꺼내 보여주시고 커피 내리는 과정 전반을 상세히 설명해 주셨죠. 각기 다른 원두의 아로마부터 초콜릿, 과일 향도 마음껏 맡고 맛봤어요. 커피 맛을 좌지우지하는 건 원두뿐만이 아니다. 도구, 물의 온도, 내리는 속도와 시간 등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죠. **드립 커피를 만들 때 필터와 원두를 고정시키는 깔때기
커피 한 잔을 주문했는데 자리에서 일어설 때는 네 개의 잔이 놓여 있었어요. 혹, ‘다 마셨나요? 그럼 이제 커피값을 해야지’ 하고 로스팅룸에 가둔 채 결점두를 골라내라고 하셔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남은 여행도 재밌게 즐기라고 작별 인사를 전하시네요. 그렇게 물고기커피로스터스에서 한참을 헤엄친 끝에 떠나올 수 있었어요.
🅲 베토벤음악감상실, 그 시절 클래식 음악의 사랑방
부모님은 태권도를 배우고 싶어 하는 저를 이끌고 태권도 학원 건물 2층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 데려갔어요. 큰 흥미는 없었지만 학원 친구들과 공기놀이하는 맛에 계속 다녔죠. 그 맛이 대체 얼마나 달콤했기에 무려 6년을 다녔는데 악보 없이 연주할 수 있는 곡은 딱 하나,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1982년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41년 차에 접어든 이곳을 그저 오래 한 자리를 지켜 온 카페 정도로 생각하고 방문했어요. 하지만 입구에 다다르자 잔잔한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문 앞에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진행되는 음악 감상회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죠. 이건 마치 Beethoven과 Dongmyeong-dong 사이의 Classic ...! 지금은 생소하지만 80년대 바그너와 브람스, 슈베르트의 클래식이 흘러나오던 음악감상실은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 아지트였대요. ‘이런 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요. 안목이 좋네요.’ 칭찬까지 받으니 얼음 동동 띄운 모과차가 더욱 달아요.
평일이라 한적한 내부를 둘러보기 좋았어요. 세월 감이 느껴지는 가구와 가전들, 하얀 피아노와 파란 벨벳 커버의 의자. 법정 스님과 이해인 수녀님도 자주 방문했던지라 곳곳의 글과 그림을 통해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어요. ‘감상실’이라고 적힌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니 빨간 커튼이 쳐진 어두운 방에 좌석이 빼곡했는데, 그곳에서 음악을 함께 듣는 등 주기적으로 행사가 열린대요. 옆으로 난 사장님의 작은 작업실은 LP와 CD가 빼곡해요. 숱한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는 작업 노트가 펼쳐져 있어요. 멀지 않은 테이블에 책을 읽고 계시는 사장님을 따라 챙겨온 시집을 읽어나가는데 꾸벅💤 졸았네요. 다음에 또 올게요,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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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꾹 눌렀는데도 레터에는 반도 못 담았다는 사실...! 사진 속 더 많은 B와 D 사이의 C는 아래 버튼을 눌러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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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중 커피가 가장 절실한 시간은?
매일 아침 일과를 시작하며 혹은, 점심식사 후. 저는 아침에 마시는 커피도, 점심에 마시는 커피도 정말 좋아해요.(다만, 저녁에는 밤잠을 설치게 하더라고요) 정확히는 습관이 됐어요. 부랴부랴 세수하고, 옷 입고, 한 시간 남짓 걸려 사무실에 거의 다 왔는데도 아직 몽롱한 정신이 커피 한 모금에 깨어나는 듯한 느낌이 좋아요. 꼭 찾기를 포기했던 잃어버린 물건을 뜻밖의 장소에서 발견👀한 느낌이랄까요? 탐방러님은 하루 중 언제 커피를 찾으시나요? 버튼을 눌러 알려주세요.(커피 말고 차가 필요한 시간도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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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소 |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9마길 10-3 2층
- 운영 시간 | 수-목 19:00-23:00(주말 15:00-23:00), 매주 월·화 정기휴무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북펍(BOOK + PUB)’을 알게 됐어요. 술을 마시면서 책을 읽다니 생소해요. 그래도 되는 건가 싶고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홍대입구로 향했어요. 골목에서 골목으로 이동하다 보니 책과 와인이 그려진 익숙한 간판이 보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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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회사원, 밤엔 서점 주인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론은 책과 술이었죠. 그런데 책 읽기를 좋아한다면서 독서시간은 너무 적더라고요. 좋아하는 책과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그럼 운영을 해보자 싶었죠. 책은 집중해서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하지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술이 때론 몰입을 도와주거든요. 그렇게 낮엔 회사원, 밤엔 서점 주인의 삶을 살게 되었네요.
책 읽고, 술 익고, 사람이 있는 곳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술이 익는 것처럼 책도 익어가는 느낌이에요. 책을 한 권 읽었다고 바로 지식이 쌓이진 않잖아요. 여러 책을 읽으면서 천천히 쌓이는 거죠. 그런 의미를 담아 책 읽고, 술 익고, 사람이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책, 익다’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한 번은 나이가 지긋하신 부부가 오셨어요. 책은 안 읽으시고 자꾸 두리번 하시기에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딸을 기다리신 거였어요. 책, 익다의 단골인 따님은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 혼자 살고 있어요. 본인이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에 부모님을 꼭 모시고 오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버지께서 제 두 손을 꽉 잡으면서 고맙다고 인사하셨어요. 그게 기억에 남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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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함께 익어가요
저는 모든 사람이 주연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자주 남과 비교하곤 하잖아요. 그러지 않고 오롯이 나로서 설 수 있기를 바라죠. 그러기 위해서는 내 이야기를 털어놓고, 때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나의 삶도 괜찮구나’ 위로 받을 수 있거든요. 영화를 함께 보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 익다’부터 책을 읽고 감상평을 나누는 ‘독서, 익다’, 와인을 함께 마시는 ‘와인, 익다’까지. 다양한 모임을 운영하는 이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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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직장도 아니지만 편안하고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제3의 장소’라고 해요. 탐방러님 동네에는 책, 익다를 닮은 장소가 있나요? 동네에 이런 공간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웃들과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예요. 동네에 대한 애정도 커질 테고요. 탐방러님의 제 3의 장소를 천천히 찾아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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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러님 찻잔에 무지개를 띄워주리~
🧊 얼음 동동 띄워 마시는 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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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탐방 수요레터에서는 얼음 동동 띄워마셔도 좋은 차를 추천받았어요. 탐방러가 공유해 준 답변을 읽어보다 오차즈케가 생각났어요. 따듯한 녹차에 쌀밥을 말아 먹는 일본 요리로 명란이나 가쓰오부시 등을 첨가하기도 해요.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도는 거 있죠?😋 CJ에서는 햇반 죽 시리즈로 오차즈케죽을 출시하기도 했어요. 이후 녹차 함유량을 4배 늘려 녹차죽으로 재출시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추억속으로 사라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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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러님의 답장을 기다려요!
오늘 준비한 내용은 어떠셨나요? 탐방에게 추천하는 탐방러 혹은 탐방지를 비롯해 좋았거나 아쉬웠던 점을 편하게 남겨주세요. 꼼꼼히 살펴서 매주 더 알찬 탐방레터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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