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을 털어놓고 다함께 첫물차

우리나라는 보통 4월에서 10월까지, 연간 3~4회 차를 수확해요. 그중 4월에서 5월까지 수확한 찻잎으로 만든 차를 첫물차라고 하는데요, 첫물차는 찻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려요. 우전/ 세작/ 중작/ 대작 으로 나뉘며 먼저 수확한 차일수록 감칠맛이 좋고 떫은맛이 적은 게 특징이에요.

• 우전 | 곡우(봄비를 내려 온갖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으로 양력 4월 20일경에 해당해요)를 전후로 딴 어린 잎으로 만든 차예요.
• 세작 | 곡우와 입하(5월 5일경) 사이에 딴 잎으로 다 펼쳐지지 않은 모양새가 참새의 혀를 닮았다고 해 작설차라고도 불려요.
• 중작 | 입하부터 5월 중순까지 딴 잎으로 중간 정도의 품질이며, 처음에는 녹차의 강한 맛이 후에는 떫은맛이 느껴져요.
• 대작 | 5월 말까지 딴 가장 큰 잎이에요.

저 푸른 ‘보성’ 녹차밭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 그렇다면 녹차의 수도는? 150만 평 규모(클릭 시 푸른 녹차밭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어요)의 보성 녹차밭은 전국 차 생산량의 37%를 차지해요. 탄성을 자아내는 계단식의 차밭은 미국 CNN이 선정한 ‘세계 놀라운 풍경 31선’에도 포함될 정도예요. 차(car)를 운전할 때 안개는 기피 대상 1호에 버금가지만 차(tea)를 재배하는 데 안개는 최상의 조건 중 하나예요. 보성은 인근의 득량만에서 불어오는 해풍과 차가운 산 공기가 만나 이른 아침 운무(구름과 안개를 아우르는 말)가 오래 머물러 다습한 환경이 잘 조성돼요.

• 🚩 대한다원 | 한국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차밭 일대를 인수해 지금의 대규모 차밭을 조성한 대한다업의 ‘대한다원’은 약 50만 평 규모로 580여만 그루의 차나무가 자라고 있어요. 연둣빛 카펫이 깔린 듯한 차밭이 장관을 이뤄요.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하동’

동글동글 차 나무들이 돌, 나무들과 섞여 있는 하동의 녹차밭은 보성과는 또 다른 느낌일 거예요. 신라 흥덕왕 3년, 당나라에 다녀온 사신 대렴이 차나무의 종자를 가져와 쌍계사 주변(하동군 화개면 운수리)에 심은 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차나무였어요. (2008년, 우리나라 차 시배지로도 인증받았어요) 1200년의 차 역사를 지닌 하동은 국내 최대 야생차 생산지로 일제강점기, 일본의 개량종이 마구잡이 유입될 때도 토종 야생차를 보존하고자 노력했어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차인 ‘덖음* 녹차’를 생산하고요. 하동군의 녹차는 그 품질을 인정받아 분말의 형태로 2017년부터 해마다 100톤 이상 스타벅스 본사에 납품되고 있어요. 미국, 호주, 멕시코 등에서 판매되는 말차 라테에는 하동군의 녹차가 원료로 들어가요.

*덖음은 순우리말로, 뜨겁게 달군 무쇠 솥에 물 없이 찻잎을 타지 않을 정도로 볶아 익히기를 반복하는 전통 방식이에요. 떫은맛을 제거해 부드럽고 깔끔한 게 특징! 1962년, 하동 화개골에서 국내 최초로 덖음녹차 상표가 만들어졌고, 이후 일본차의 이미지가 강한 증제녹차(수증기로 찻잎을 쪄서 만드는 방식)를 제치고 주류가 되었어요.

• 🚩 천년차밭길 | 쌍계사 차나무 시배지에서 신촌 차밭, 천년 차 나무 후계목, 정금 차밭에 이르는 2.7km의 코스예요. 정금 차밭 꼭대기에 마련된 정자는 시원하게 펼쳐진 차밭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포토존이에요.

💡 찻일소리를 아세요? 하동 지역에서 차를 만드는 작업을 하며 부른 민요로 차 농사를 짓는 서민들의 바람과 한, 차를 만드는 과정 등이 담겨 있어요.

바람 부는 ‘제주’에는 차밭도 많지만

가장 잘 알려진 국내의 차 브랜드로 많은 분이 ‘오설록’을 떠올리시겠죠? 1979년, 아모레퍼시픽에서 우리 고유의 전통 차 문화를 부흥시키고자 제주의 황무지를 녹차밭으로 개간하며 시작됐어요. 현재 서광과 돌송이, 한남에 흩어진 100만 평 규모의 유기농 차밭*은 제주 안에서도 각각의 토양과 기후, 기술 등이 달라 저마다의 특색있는 차가 만들어져요. 이 중 가장 잘 알려진 곳이 서광차밭, 가장 최근 조성된 것이 한남차밭이에요. 돌송이차밭은 가장 오래된 신비의 차밭인데요, 화산재가 굳어 돌멩이 같이 잘게 부서진 화산 송이가 많아 ‘돌송이’라고 불려요. 물 빠짐이 좋아 차를 재배하기에 좋은 환경이에요. *전남 강진에도 오설록 차밭이 있어요.

• 🚩오설록 티뮤지엄 | 서광차밭 내 조성되어 있는 국내 최초의 차 박물관으로 제주의 대표 관광지예요. 차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전시와 차밭투어, 티클래스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예약이 가능해요.

난 이제 지쳤어요 ‘강진’

아 탐방러님은 야속한 사람~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땡벌) 기다리다 지쳤어요 땡벌(땡벌) 아니, 탐방러님이 왜 야속하냐고요? ‘차’ 하면 보성, 하동만 아시잖아요. 강진을 두고! 우리나라 최초의 차 브랜드를 만든 도시는 보성도 하동도 아닌, 저 ‘강진’이라고요. 앞서 다산 정약용 선생에 대한 언급이 있었죠? 다산이 유배지였던 강진을 떠나면서 18명의 제자들과 맺은 ‘다신계’에서 시작돼요. 다신계에 속한 제자들은 스승 다산에게 해마다 차를 만들어 공부한 글과 함께 보내기로 약속했는데요, 대를 이어 약속을 지켜오던 ‘이한영’이 일제강점기, 우리 땅에서 난 차가 일본의 차로 둔갑되지 않도록 우리 고유의 상표 ’백운옥판차’(백운동 옥판봉에서 딴 차라는 의미)를 만들었어요.

지난 4월, 로컬 읽기 모임에는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를 읽었어요. 바람은 선선하고 햇빛은 따뜻해 떠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드는 계절에 잘 어울리는 책이었어요. 이달에는 5일은 도시, 2일은 시골에 사는 5도 2촌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눴답니다.

• 다양한 층위의 로컬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로컬 읽기를 비롯해 로컬 문화를 응원하는 사람을 모으는 활동들, 참 귀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응원할게요. 감사랑합니다❤
• 생각보다 훨씬 편안한 대화로 진행돼서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셔서 좋았어요.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을 읽어주시던 순간이 기억나요. 모두가 귀 기울여 들었던 따뜻한 시간이었죠. 매달 탐방러들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탐방에게 참 소중해요! 신기하기도 하고요. 로컬 읽기는 계속 되지만, 지난 모임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에요.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 탐방 금요레터에서만 드리는 선물

탐방은 부지런히 발자국을 더해 가고 있어요. 지금까지 탐방이 직접 가보고 소개한 전국의 탐방지는 166곳! 👉알고 나면 매일이 여행👈인 탐방과 함께 떠나볼까요?

✅ 차 한 잔의 여유가 있는 탐방지 추천

• 하동세계차엑스포(5/4~6/3) @경남 하동

  ㄴ 하동군 내를 비롯해 경남 내 차와 관련된 곳들을 연결한 ‘티로드’에서 행사가 진행돼요. 무려 한 달간 진행되는 만큼 일자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니 방문 전 참고해 주세요.

• 맥파이앤타이거 개완 클래스(5/25) @서울 신사

  ㄴ 지역의 특색을 담은 차를 만들고, 차와 닮은 삶을 이야기하는 맥파이앤타이거. 차의 날을 맞아 개완을 사용해 차를 우려 보는 클래스를 진행해요.

• 크래프트 티 페스티벌(5/26~27) @서울 서촌

  ㄴ 차 생산자와 도구 및 공예 제작자, 애호가 등 차 문화를 알리는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네트워킹하며 젊은 차 문화를 즐길 수 있어요. 올해 첫 개최로 사전 예매 기간에는(~5/24) 할인가 5,000원에 예매할 수 있어요.

• 두륜산 도립공원 녹차밭(~5/30) @전남 해남

  ㄴ 두륜산 녹차밭을 전면 개방했어요. 5월 한 달간, 방문객들이 직접 찻잎을 따고 덖어서 녹차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체험 행사를 운영해요. 사전 예약은 필수!

함께하면 즐거움이 배가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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