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종이 잡지에 담아요 📃

수영] 한참 독립서점에 푹 빠져있을 때였어요. 자연스레 다양한 독립잡지를 접했죠.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상업 잡지와 달리 내용이 특별하고, 간간이 꺼내게 되는 힘이 있더군요. 또, 무엇이든 빨리 소비되는 문화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는 게 멋졌고요. 언젠가는 잡지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죠. 때마침 학교에서 패션 잡지 동아리원을 모집하는 거예요. 기회다 싶었죠. 개성이 강한 잡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만들어 보니 주변에서 보기 쉬운 콘텐츠가 주를 이루게 되더라고요.

소율] 수영이와 함께 밤을 새워 가며 잡지의 모든 것을 다시 기획했어요. 우리가 잡지를 만들 때 놓치지 말아야 하는 건 무엇일지 생각했고, 여러 논의 끝에 두 가지를 확정했죠. 첫 번째는 광주의 이야기를 담는 것. 우리만의 특별한 정체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게 광주였죠. 무조건 광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광주에 있는 공간을 담아내려고 했어요. 두 번째는 가독성이 좋은 디자인이었죠. 화려한 레이아웃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려지면 안 되니까요.

수영] 그렇게 탄생한 <ANMOK>은 서로 다른 경험으로 쌓은 안목을 가진 에디터들이 모여 하나의 주제를 풀어나가는 잡지예요. 광주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와 MZ 세대 에디터들이 담아낸 칼럼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담았죠.

광주를 깊이 알게 됐어요

수영] 문득 한 번씩 열어보게 되는 잡지가 되길 바랐어요. 그래서 각호마다 매력적인 주제를 선정하려고 노력했죠. 1호를 준비하던 2020년에는 코로나19가 시작됐어요. 너무나 당연했던 ‘자유’가 귀하게 느껴졌죠. 그래서 1호에는 어두운 모습부터 밝은 모습까지 폭넓은 자유를 담았어요. 2호의 주제는 층(Floor)이에요. 사람들은 각각 다른 삶을 살아가는데, 세대 같은 거대한 층에 가려서 다양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호에서는 사람들이 이뤄나가고 있는 각자의 고유한 ‘층’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답니다.

수영] 사심을 채우기도 했어요. 평소 매력적이고 특색 있다고 느꼈던 공간을 인터뷰했거든요. 그러고 나니 공간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어요. 인터뷰하면서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공간을 꾸려나가는지, 평소에 알지 못했던 깊은 이야기를 알게 되니 “이런 분이 운영하는 곳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야가 더 확장되는 느낌이었달까요?

소율] 광주 사람들을 더 잘 알게 됐어요. 정말 정이 많으시더라고요. 광주 기반 잡지라고 소개하면서 인터뷰를 요청하면 다들 반겨주셨어요. 돈을 받지 않고 촬영과 모델 지원을 해주시거나 도움을 주기 위해 하루 종일 현장에 있어 주시기도 했죠. 타지역에서 이런 활동을 해보지 않아서 비교하긴 어렵지만, 이렇게 모든 사람이 두 팔을 걷고 도와주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정말 귀한 경험이죠.

문화예술의 도시에 산다는 것 🖼️

소율] 대구 사람이지만 광주에 대한 애정이 넘쳐요. 별명이 ‘반 광주 사람’일 정도예요. 광주에서 유명한 맛집은 다 가봤고, 무등산 정상까지 등산하기도 했죠. 처음에는 수영이 추천으로 동명동을 돌아다녔는데 좋은 카페도 많고 음식들도 맛있더라고요. 사람들이 잔디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장면들도 좋았고요. 무엇보다 어디를 가도 대기할 일이 거의 없었어요. 이거 엄청난 거 아닙니까? (웃음)

수영] 소율이를 만나면서 광주를 더 다양하게 즐기고 있어요. 이전에는 항상 다니던 곳만 다녔는데, 타지역에서 온 친구가 “여기 가보고 싶어. 여기도 예뻐!”라고 하니 여기저기 함께 가거든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항상 전시가 진행되고 있어요. 그것도 무료로요. 또, 시내랑 가까운 곳에 있죠. 그래서 “오늘 전시 보러 가야지!”하고 가는 게 아니라 시내에 놀러 갔다가 “온 김에 전시 볼까?”하고 갈 때가 많아요. 문화예술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이랄까요?

<ANMOK>은 3호 출간을 앞두고 있어요. 취업 준비를 시작한 소율님과 수영님은 처음으로 편집부를 떠나 독자가 되었고요. 꽤 오랜 시간 잡지를 만들었던 만큼 끝났을 때 후련했지만, 한 달 뒤부턴 아쉬움이 생겼다고 해요. 예쁜 걸 보거나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자연스레 떠오른다면서요. 왠지 두 분에게 광주는 <ANMOK>, <ANMOK>은 광주가 되어버린 것 같네요.

탐방은 웰컴 키즈 존!

🌱 오월은 푸르구나 탐방러님은 자란~다

지난 탐방 수요레터에서는 ‘어린이날 선물을 딱 하나! 고를 수 있다면 어떤 선물을 가장 받고 싶은지, 또 기억에 남는 어린이날 선물이 있는지’ 물었어요. 저는 어린이날 섬에 있는 외갓집에 다녀왔어요. 옛날 같으면 이 비에는 배가 뜨지 못해 들어갈 수도 없었을 텐데 이제는 대교가 생겨서 뵈러 가기 훨씬 수월했어요. 외갓집에는 저의 어린 시절 사진이 몇 개 있는데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어린이날 사주셨던 매직키드 마수리 목걸이를 걸고 있는 제가 있더라고요.😜 잊고 있던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행복한 어린이날 추억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어요. 탐방러의 답변도 공유해 드릴게요!

• 집 근처에 교대가 있는데 어린이날 마다 행사를 했어요. 예비 선생님들과 교대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재밌는 체험을 했던 게 기억나요. 지금 생각하면 전혀 무섭지 않은 귀신의 집👻은 꼭 들러야 할 필수 코스였고요!

• 저는 거의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서 어린이날에 대한 추억이 없어요. 물론 있겠지만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다는 서러움이 너무 커서 좋았던 기억을 모두 덮어버린 것일 수도 있어요. >_<; 그래서 어른이 된 지금은 조카들이 20세가 되기 전까지는 모두 어린이날 선물을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중에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어린 시절 사랑받고 자랐다는 느낌이 쌓이면 어른이 되었을 때 더 긍정적으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아... 그래서 제가 받고 싶은 어린이날 선물은, 애플워치예요. 너무 갖고 싶은데 딱히 제 지갑이 오픈될 만한 이유를 아직 못 찾았어요. 그래서 누군가가 갑자기 짠! 하고 선물해 줬으면 좋겠다💭 이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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