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떻게 고르세요? 추천을 받기도 하고, 베스트셀러를 찾아보기도 하죠. 저는 책 제목에 가장 많이 끌리는 타입이에요. 서점에 가면 꼭 한 권쯤은 제목만 보고 고르거든요. 오늘의 탐방 책도 그래요. 제목만으로 제 장바구니에 담겼답니다.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어때요? 제 시선을 끌 만한 제목이죠? 알고 보니 이 책의 저자인 주혜진 작가님은 대전 세종연구원에서 일하는 박사님이래요.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로컬에 대해 깊이 있는 시각을 접할 수 있었어요. 연구를 ‘재미있게’ 하려고 애쓴다는 작가 소개 글처럼, 정말 금세 읽어버렸어요. 정말 하나도 버릴 게 없었던 이 책, 한 장씩 인상 깊었던 또 여러 생각이 들었던 내용을 나눠요. (레터에는 모든 챕터를 담지 못했어요. 하지만, 아시죠? 탐방 사이트에서 전문을 읽을 수 있다는 것!)

📖 사람들은 검색창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전형적 이미지의 복사와 확산이 아니라, 내가 장소에서 진짜 느낀 걸 전달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나 자신을 이해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면 비로소 시각이 생긴다. 그때서야 회색 도시 공간에 숨겨져 있던 색깔이 드러난다. 이걸 도시의 ‘개성’이나 ‘이면’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익숙한 것들이 달리보인다면 우린 공간에 대해서 나만의 질문을 할 수 있다. ‘이 오래된 극장 앞엔 왜 교회에 있을 것 같은 벤치가 놓여 있을까? 어색하고 이상하다.’ ‘원래 아파트 사람들은 인사도 잘 안하는데, 왜 이 아파트 놀이터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떨까?’ ‘이 골목엔 능소화가 왜 이렇게 많이 피었을까? 무엇이 없어지고 능소화가 남은 걸까, 아니면 무엇을 감추기 위해 능소화가 있는 걸까?’ -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p59~61

저자는 좋아요가 쌓이면 장소를 잃는다고 말해요. 소셜 미디어가 확산되면서, 한 번에 시선을 사로잡을 사진 한 장이 굉장히 중요해졌거든요. 그리고 누군가 좋아요를 많이 받는 사진이 있다면, (나도 좋아요를 많이 받기 위해) 모두 그곳에 가서 같은 사진을 찍죠. 인증샷, 인생샷이라는 이름으로요. (저 좀, 찔려요. (¬_¬))

그렇다고, 사진을 찍지 말자는 건 아니에요. 사진을 찍고 경험을 공유하되, 새로운 시선 즉, 나만의 공간 탐험을 하자는 거죠. 저자인 혜진님은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연주 영상을 아주 좋은 사례로 소개해요. 2016년, 빙하지대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위험과 환경보호 메시지를 담은 자작곡, 북극을 위한 비가(Elegy for the Arctic)를 연주한 영상이죠. 빙하가 쩍쩍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영상은 그 어떤 공연장에서 보는 비싼 공연보다 마음이 와 닿고 감동적이며 충격적이죠. 바로 장소가 가진 힘 덕분에요. 우리도 그런 사진, 영상, 글, 어떤 콘텐츠도 만들 수 있죠. 기억해야 할 것은 익숙한 것을 달리 보는 시선👀

📖 언제부터 대전은 ‘노잼도시’였나

사실 성심당만 찾은 사람들은, 오히려 대전이란 장소와 더 멀어진다. 대전의 노잼을 찾아온 사람(방문자)과 대전에서 꾸준히 ‘유잼’을 발견해 온 사람(원주민)이 섞여 새로운 경험과 정서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대전의 특징 하나만을 보고 찾아온 이들은 이런 기회를 마주하지 못한다. ‘대전이 노잼인’ 사람들과 ‘아니 왜 대전이 노잼이야? 이렇게 유잼인데!’라고 발끈하는 사람들 사이의 간극은 점점 벌어진다. -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p89

대전을 알리는 가장 큰 콘텐츠이자 장소인 성심당. 많은 이들을 대전으로 불러 모으는데, 오히려 대전과 더 멀어진다니?! 무슨 말인가 싶다고요? 탐방은 이 부분을 읽으며 패키지여행이 떠올랐어요. 패키지여행을 가면, 가장 유명한 장소를 콕콕 집어 가잖아요. 단시간에 랜드마크를 놓치지 않고 여행할 수 있죠. 반면에, 자유 여행을 가면 놓치는 장소들도 많아요. 길을 잃기도 하고, 말도 잘 안 통해서 생각지 못한 사건이 터지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나라와 도시가 더 잘 기억나요. 거기서 일어난 사건, 만난 사람들, 길을 헤매며 어느새 익숙해진 길거리. 그게 바로 방문자와 원주민이 섞여 새로운 경험과 정서, 장소를 만드는 과정 아닐까요?

* 그나저나 어쩌다 대전은 노잼도시가 되었냐고요? 책에서도 그 계기는 자세하게 설명이 되는데, “지인이 ‘노잼의 도시’ 대전에 온다! 어쩌면 좋아?”라는 질문의 알고리즘 순서도가 그 시작이죠. 무슨 조건이든 결국 ‘성심당 들리고 집에 보낸다!’로 귀결되는 이 이미지는 밈으로 확산하여 대전광역시의 공식 계정에도 업로드되었어요. 결국, 대전광역시도 인증을 해버린 거죠.

📖 있습니까, 나만의 도시를 만드는 방법?

지역 정체성이나 특색, 지역성 등은 고정되어 있어서 만지면 느낄 수 있고, 가면 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지역 정체성은 사실 나와 내 주변의 이웃들이 일상을 매일 살면서 만들어 가는 중인 어떤 ‘과정’ 혹은 삶 그 자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완성본이 없는 것, 고정되지 않는 것, 살아가는 행위, 실천을 통해 계속 구성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만이 있는게 지역성이고 도시 정체성이다. …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완성품이 아닌 지역 정체성 혹은 지역성을 만드는 ‘나만의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이다. -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p115~116

그렇다면, 지역만의 것, 지역성은 무엇일까요? 저자인 혜진님은 고정된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 혹은 삶 자체라고 말해요. 탐방은 이걸 문화라고 부르는데요. 오랜 시간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그 지역만의 문화요. 그러니까, 지금 우리의 일상도 지역의 문화를 만드는 과정인 거죠. 여러분 한 명 한 명의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겠죠? 왜 우리 지역은 별 볼 일 없는 거 같지? 이런 생각이 든다면, 더욱더 지금 당장 우리 지역을 더 알아보고, 경험하고, 나눠주세요. 그럴수록 지역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을 뚜렷해지고 나만의 로컬 콘텐츠는 강력해지고, 나아가 우리 지역의 문화, 지역성이 만들어질 거예요. 혜진님이 에필로그에 당신의 #이 도시를 지을 수 있다는 것처럼요!

🚶탐방러의 걷기 여행지 추천

지난주 탐방레터에서는 뚜벅뚜벅 걸어 안동에 다녀왔어요. 익숙하지만 새로운 안동을 느낄 수 있었죠. 복작복작 사람 냄새 나는 안동 구시장에서 시작해 다양한 고등어 요리를 선보이는 옥정밀, 소담한 독립영화관 중앙아트시네마, 그리고 노을 맛집 신세동 벽화마을까지. 두 다리로 신나는 한나절을 보냈답니다. 그리고 탐방러들에게 다음 뚜벅이 여행지를 추천받았어요. 다양한 장소와 탐방러들의 추억까지🥰 탐방러님도 같이 걸어요.(장소 이름🔗을 클릭하면 지도로 연결돼요.)

• 동해 : 어달해수욕장 (일출로), 해 질 녘 또는 일출 풍경
• 제주의 원도심 일대요. 제주 하면 바다, 오름, 산을 떠올리기 쉬운데 제주 공항과 인접한 원도심 구석구석 가볼만한데가 많았어요. 역사 깊은 순아커피와 다양한 독립책방 등등요! 사람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기도 해서, 볼 게 정말 많더라고요. 걸어서 돌아다니기도 좋았구여!
  ㄴ 원도심에 ‘관덕정’ 이라는 분식집이 있는데, 한치튀김이 정말 맛있었거든요. 추천합니다!
• 경주에서 무작정 걸어다닌 기억 ~
• 여수 : 종포해양공원 (이순신광장로~하멜로), 밤산책 + 야경
• 목포 걸어서 여행하기 좋았어요!!! 무엇보다 제 최애 음식중 하나인 중깐을 팔거든요…존맛탱… 근대 문화유산도 많고 전라도라 어딜 들어가도 맛집이에요. 유달산도 걸어 오르기 딱 좋았어요!!!
• 제주도의 사려니숲길, 비오는 날 촉촉하게 걸으면 너무 좋아요.
• 담양이요~! 뚜벅이 여행자가 가기에 너무 좋은 곳이에요. 죽녹원을 비롯해서 그 근처 길들이 전부 아담하고 귀여워요.
• 공주 좋았어요. 제민천 근처 원도심은 전부 건물이 낮고, 도로가 깨끗하고 아기자기해요. 로컬을 느낄 수 있는 가게들도 많아요.
  ㄴ 공주 제민천에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다고 소문났던데,, 탐방은 아직 못가봤거든요. 올해는 꼭 가서 제대로 경험해봐야겠어요.
• 강릉 안목해변에서 경포대까지 그리고 내키면 경포호수까지 한바퀴 돌아보는 코스로 서너 번 갔던 걷기 여행이 떠올랐어요. 걷기에 아주 제격인 여행지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오히려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마주치지 않고 조용히 사색하며 걷기에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추천하는 코스는 1) 안목해변- 강문해변- 경포해변-경포호, 2) 안목해변- 강문해변- 허균·허난설헌 생가터 (+테**사 경포호수점) 입니다. 동해 바다의 특유의 웅장함과 빽빽한 소나무 숲 그리고 큰 호수를 만나 볼 수 있는 코스에요!
• 뚜벅이도 여행할만한 곳으로 저는 영월 추천해요! 영월군에서 '영택시'라는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기사님들이 친절하시고 생각보다 저렴합니다! 영월에서 오래 사신 기사님들이 많으셔서 기사님들만 아는 맛집이나 관광지를 추천받아서 즉흥적으로 갔었는데 정말 괜찮았어요 ㅎㅎ
• 장안산 억새밭이 기억에 남아요 ! 대외활동으로 장수에 갔을 때, 트레킹 코스가 있길래 정말 가볍게 생각하고 갔어요. 그런데 1시간 반 산행.... 올라갈 땐 억장이 정말 와르르 다리도 와르르 무너졌는데요. 억새밭을 보는 순간 힘듦이 확하고 사라졌어요. 찰랑찰랑 흔들리는 억새밭에 일몰까지.. 살면서 그렇게 멋진 풍경은 본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ㄴ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 여행을 담았던 탐방레터, 출장다마수에서도 장수의 장안산을 추천했었어요. 가을에는 멋진 억새밭, 겨울에는 상고대를 제대로 즐길 수 있대요.

드디어 시작됐다!

탐방 로컬 에디터 3기 (기본 과정) 모집

💻 탐방 로컬 에디터는 이렇게 달라요

• 소수 정예 모임 ㅣ 세심한 피드백과 참여 멤버 관리를 위해 선정 인원을 최대 15명으로 한정했어요.
• 기본부터 탄탄하게 : 짧은 글 표현 ㅣ 다른 사람과 내 글을 공유하는 부담감을 줄일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했어요. 비교적 짧은 글로 가볍게 시작하며 짜임새있게 글을 써볼 거예요.
• 나만의 관점으로 로컬 바라보기 ㅣ 탐방은 전국 방방곡곡, 로컬에 기반해 사람·장소·음식·문화 등 다양한 소재로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어요. 탐방의 관점과 시선으로 쓰인 글들이 좋은 예시가 될 거예요. 내가 사는 동네(지역)에 접목해 봐도 좋고 또, 나만의 관점으로 글을 써도 좋아요.
  탐방이 쌓아온 노하우들을 압축해 전하는 총 3회의 특강과 에디터 키트도 준비되어 있어요.
• 오가는 피드백과 전국구 네트워킹 ㅣ 탐방 에디터 모임은 비대면으로 진행하여, 여러 지역의 탐방러들이 참여해요. 에디터 동기들은 서로의 글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며 성장하는 친구들이죠. 글을 쓰며 나의 로컬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지만, 다양한 로컬과 로컬 친구들을 사귀는 귀중한 시간이 될거예요.

💌 from 탐방러

지난 탐방 수요레터가 받은 답장이에요.

• 여행을 좋아하는 제가 바쁨을 핑계로 인터넷서핑만 한지 1년여... 탐방레터를 통해 구석구석 골목을 여행다닐 수 있어 감사합니다.
  ㄴ 탐방과 함께라면, 인터넷으로도 로컬 여행을 할 수 있죠! ◝(・▿・)◜ 앞으로도 숨겨진 골목 구석구석까지, 다채롭게 잘 담아올게요.
• 뚜벅이에게 너무나도 알차고 흥미로운 뉴스레터였어요! 저는 그냥 흔한 골목길을 걷는 걸 좋아해요. 유명하지 않은 곳도 저마다의 특별함이 분명 있거든요. 매번 좋은 글, 좋은 장소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ㄴ 평범한 동네 골목길도 노래를 들으며 걸으면 괜히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처럼 보이지 않나요? 뚜벅이 여행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탐방러들이 다음 여행지를 많이 추천해준 만큼, 곧 돌아오겠습니다. 아일뷔백 👍
• 저도 뚜벅이라서 이번 레터가 너무 공감됐어요! 차가 없어서 여행하기 힘든 곳이 많은데 안동도 한번 가봐야겠네요~
  ㄴ 아시죠? 차없는 자의 서러움… 하지만, 오늘 탐방러들의 추천 걷기 여행지만 봐도 뚜벅이도 갈 곳 정말 많은데요?!
• 안동 인근이 고향인 주민입니다! 안동을 100번도 더 갔지만 몰랐던 곳을 소개해줘서 너무 좋았어요^..^ 설날에 꼭 가봐야겠어요!
  ㄴ백번도 넘게 안동을 다녀오신 탐방러도 모르는 탐방지라니, 잘 걷다 왔나봐요! (〃´𓎟`〃)
• 로컬을 여행할때 제일 고민되는것 중에 하나가 차 없이도 잘 다닐 수 있을까? 인것 같아요. 그런점에서 오늘 컨텐츠가 반가웠어요. 안동을 뚜벅이로도 즐길 수 있다니 다음엔 기차타고 안동 뚜벅이 여행을 떠나봐야 겠습니다.
  ㄴ 기차 안동여행 추천해요. 기차타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너무 낭만적이었어요. 편하기도 정말 편했고요.

보낸사람 | 🌞쏠쏘르 🍚숭늉

🐙탐진 🐢길또

함께하면 즐거움이 배가 되는

🤹 탐방레터 친구랑 같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