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펼치기 | 고즈넉한 들판과 투박한 골목길, 강화는 근교 여행지치고 꽤 천천히 흐르는 마을이에요. 그런데 이 느린 마을 곳곳에 이상하리만큼 색다른 동네 책방이 많다는 거 알고 있나요? 독립 서점을 찾아다니는 ‘책방 투어’가 생겨나는 요즘, 강화는 더할 나위 없는 여행지일 거예요. 클릭 몇 번으로 책을 살 수 있는 요즘, 동네에 정착한 로컬 책방과 책방지기의 역할이 궁금해졌어요. 탐방과 함께하는 강화 '책방문'을 떠나볼까요?(책방 이름을 클릭하면 지도로 연결돼요)

• 뚜벅이도 무리 없는, 책방 시점

한적한 시골 마을 한복판에 덩그러니 지어진 하얀 집 한 채. 2019년에 문을 연 책방 겸 북스테이 공간이에요.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수월해 뚜벅이 여행자에게 딱이죠. 책방 안으로 들어서니 길게 늘어진 조명 아래로 고양이 한 마리(!)가 보여요.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는 마스코트 ‘쨍쨍이’😸이랍니다.(책 보러 왔냐옹?)

책방 시점은 질문할 용기, 발견할 기쁨, 관점의 전환을 이야기해요. 매년 세 가지 주제에 맞는 큐레이션 문장을 만들죠. 책방지기의 ‘시점’을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즉흥적으로 고르는 재미가 있어요. *책방지기는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을 출간한 작가님이기도 해요. 강화에 땅을 사고, 책방을 지어 함께 살게 된 과정을 담았는데요. 다사다난한 과정에 머리가 지끈하지만, 새로운 가족의 형태와 그에 필요한 주거 공간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북스테이를 위해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도 많아요. 따뜻한 조명의 다락방에서 책방에 구비된 모든 책을 자유롭게 읽는 경험은 낭만적이죠. 북스테이를 하면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해서 산책할 수도 있고, 구매한 책은 강화 특산물인 소창으로 만든 파우치에 담아줘요. 조식으로 강화의 빵집에서 만든 빵도 맛볼 수 있고요. 여러모로 강화를 알리며 동네 책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요.

• 핸드드립과 포근한 그림이 함께한, 딸기책방

그림책을 전문으로 하는 딸기책방은 특히 어린이와 함께하는 여행객에게 추천해요. 강화의 책방은 저마다 특색이 있어서 ‘이곳이 가장 OO 하다’는 수식어는 적절치 않지만, 그래도 딸기책방은 강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방이에요. 딸기🍓와는 전혀 관련 없는 책방도, 빨간 뽀글 머리 간판도, 그리고 책방지기도…!

천장의 울퉁불퉁한 서까래와 이리저리 연결된 노란 전구, 겹겹이 쌓인 그림책, 제각기 색이 다른 쿠션과 담요. 출판 디자인과 편집 일을 오래 해 온 부부가 직접 꾸민 공간에서는 기분 좋은 어수선함이 느껴져요. 넓지 않지만 즐거운 작당이 끊이지 않아요. 매년 작가와 함께하는 그림책 만들기 워크숍이 열려요. 또, 딸기책방이 출판한 책들로 북토크를 열기도 하고, 낭독 모임과 시사회도 진행하죠. 북토크에서는 신간 이외에도 출판 업계와 책으로 먹고사는 일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들을 수 있어요.

책방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연신 사진을 찍는데, 뽀글 머리에 안경을 쓴 책방지기🤓가 다가와요. 책방 투어 중이라고 하자 인근의 책방과 관광지, 맛집 등 현지인만 아는 알짜배기 정보들을 모아 무료 관광 가이드까지 해주시네요. :)

🧡 할머니와의 추억은 방울방울

지난주 탐방레터에서는 함양의 청년마을 ‘고마워, 할매’에서 준비한 성수 팝업스토어에 다녀왔어요. 함양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시골할매의 따듯한 정과 사랑을 더 많은 도시 손주(도손이💓)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인데요. 삼휴마을 할머니 댁에서 빌려온 찐 애장품들과 고마워, 할매가 차곡차곡 쌓아온 추억들로 온기가 가득한 공간에서 꽁꽁 언 몸과 마음이 사르르~ 녹았답니다.

자연스레 할머니와의 추억이 하나둘 떠오르는 공간을 리뷰하며, 탐방러에게도 할머니와 있었던 추억을 들려달라고 했어요. 마음이 말랑해지는 답변들을 탐방러님과도 함께 나눠요.

• 지금도 종종 할머니랑 전화📞하면 그런 말씀을 하세요~ "너 어릴 땐 보고 싶으면 밥 먹다가도 밥상 제쳐두고 보러 갔었는데~ 그럴 때면 너도 하무니~ 하면서 신나서 할머니네 간다고 따라나섰는데… 이제 그러지를 못하네" 아쉬움과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할머니의 말에 전 이렇게 답변하곤 합니다. "할머니, 그때처럼 회사에 와서 데려가~ ㅎㅎㅎ" 그럼 할머니가 그럴까 하면서 호호 웃으십니다. 이미 지나간 추억들을 현재로 데려와 다시 웃게 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 집에 혼자 있어서 무서웠을 때 할머니께서 한달음에 달려와 주셨던 것. 쿨하지만 다정한 저희 할머니 하면 바로 떠오르는 추억이에요. :)
• 할머니가 해주셨던 늙은 호박전이 생각나네요. 다른 데서 먹기 힘드니 더욱 그립네요.
• 보통 할머니를 떠올리면 따듯하고 정감 있는 시골집에서 손주들을 양 팔 벌려 반기는 푸근한 이미지를 상상하잖아요? 그런데 저희 할머니는 차갑고 도도한 '도시 여성' 이랍니다 푸하하! 술 담배를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할머니랑 같이 생맥집을 갔는데, 제가 500cc 한잔으로 버거워하고 있을 때 이미 두 잔🍻을 뚝딱 비우신 우리 할머니... 돌아가는길엔 '담뱃가게'(=편의점)을 들렀다 가야 한다며 파란색 에쎄 한 갑을 사서 나오셨더랬죠. 지금은 많이 노쇠 하셔서 그 좋아하시던 술담배는 입에도 못대고 요양병원에 입원 해 계세요.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따듯한 추억보다도 이따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게 만드는 우리 할머니와의 추억. 조만간 요양병원에 찾아가 지금 했던 이야기를 다시 들려드려야겠어요!
• 무뚝뚝한 분이었는데, 이른 아침 깻잎 밭에 물주러 나가시길래 양동이를 들고 졸래졸래 따라갔더니 부드러운 표정으로 손을 잡아주시던 기억이 나네요. :)
• 저는 제 인생의 반 이상을 할머니와 함께했어요. 그만큼 할머니와의 추억이 많고, 솔직히 말하면 부모님보다 할머니를 더욱 사랑하는 손녀랍니다. 제가 7살 즈음에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그때 동생을 어린이집에서 하원시키면서 목요일이면 서는 동네 장터에서 닭꼬치를 먹었던 게 늘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자판기의 300원짜리 핫초코🍫. 겨울이 되면 유모차를 끄는 할머니의 두 손도 차가워지고, 저도 추워서 징징댔는지, 장터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휴식공간 안에 들어가 자판기에서 나오는 종이컵에 담긴 핫초코를 후식으로 먹었던 추억이 있어요. 나중에 언니오빠들처럼 크면 매운맛 닭꼬치도 먹고 할머니한테 핫초코나 커피도 사드려야지, 라고 늘 생각했었는데 어느덧 제가 성인이 되었네요. 아직 그 장터는 남아있을까요? 언젠가 목요일에 한 번 들러봐야겠어요.

💌 from 탐방러

지난 탐방 수요레터가 받은 답장이에요. 

• 성수동에 살고 있는데 북성수쪽으로는 잘 가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난 주말 카페를 찾아가다가 도만사 공간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너무 반가웠던 것 있죠! 소중한 로컬 이야기 많이 담아주세요 감사합니다 >_<

  ㄴ 탐방레터에서 소개한 곳을 발견했다는 답장을 받으면 덩달아 들뜬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 꾹꾹 담아 들려 드릴게요. 💪

• 가을에 옥수수를? 할머니팝업에 고증오류(?)가 있는 것 같아서 찾아봤는데 옥수수가 이모작이 가능하네요. 7월 하순에 심으면 10월에 수확이 가능하다니 새로운 걸 알아서 신기했습니다..

  ㄴ 팝업스토어 속 옥수수는 사실 종이로 만든 책갈피였답니다…🤭 그런데 옥수수가 이모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탐방도 처음 들어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 구독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이미 소개되었는지도 모르지만, 오늘 고마워 할매를 보니 시골언니 프로젝트가 생각났어요. 농사펀드에서 진행했던 시골 언니 만들기인데 재미있어 보이더라구요.

  ㄴ 지난여름 탐방은 전국 각지의 시골언니들을 부지런히 만나고, 탐방레터를 통해 그 이야기를 전했어요. 탐방 웹사이트의 큐레이션 : 당신이 만나야 할 시골언니 에서도 확인할 수 있답니다. :)

보낸사람 | 🌞쏠쏘르 🍚숭늉

🐙탐진 🚙다마수 🐢길또

함께하면 즐거움이 배가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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