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방러님 울 할매가 퍼뜩 오래!

2023. 11. 14.

🧡 탐방러님 울 할매가 퍼뜩 오래!

이불 밖은 위험한 계절이에요. 이른 아침 출근길을 나서며, 어젯밤 틀어두고 잤던 전기담요가 생각만큼 썩 따듯하지 않아 속으로 불평을 늘어놨어요. 그와 동시에, 어찌나 뜨끈하게 불을 땠는지 방 한구석이 까맣게 그을린 할머니 집 노란 장판이 불현듯 떠올랐죠. ‘그 위에 드러누워 낮잠 자면 소원이 없겠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오늘 해야 할 업무를 머릿속으로 빠르게 스캔한 뒤 곧 결심했어요. ‘그래, 오늘은 오후 반차 쓰고 할머니 집에 가자!’ 갑자기 발걸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데요. 탐방러님도 같이 갈래요?😀

- 다마수 드림

🚩 #129, 탐방 시그니처 콘텐츠로 채운 수요레터

1. 할머니, 저 왔어요! <고마워, 할매 팝업스토어>

2. 탐방러님의 할머니와 있었던 추억은?

3. 리뷰 | 점선면 비즈니스 컨퍼런스

4. 우리 동네의 평상을 소개해요

어여온나~ 배고프제~?

할머니는 잠깐 장 보러 나갔다 오신대요. 출출할 텐데 마당에 준비해 둔 간식을 먹고 있으라고 하셔요. 평상에 펼쳐진 양은 밥상 위의 덮개를 열어보니 할머니가 직접 구운 고구마(스티커)가 있어요. 어쩜 이렇게 속살을 노오랗게 잘 그리셨을까요. 참, 들어올 때 보니까 아궁이에서도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더라고요. 생각보다 무거운 솥뚜껑을 열자 옥수수🌽(책갈피)가 가득 삶아지고 있어요. 이만하면 됐다 싶었는데 아니, 툇마루 소쿠리에 간식이 더 있대요. 우리 할매 손 큰 건 알아줘야죠! 쫄깃쫄깃 잘 말린 곶감(포스트잇)이네요.

‘저녁은 안 먹어도 되겠다’ 생각하던 차에 스쿠터를 타고 할머니가 돌아오셨어요. 쫄래쫄래 할머니를 따라 안방으로 내려가요. 할머니 방은 조금도 변한 구석 없이 여전해요. 자개장롱에 솜이불, 녹슨 재봉틀, 레트로한 디자인의 초록색 선풍기… 바닥에 놓인 두꺼운 국어사전은 예전부터 꼭 저 자리에 있던데 베개 대신 쓰시는가 모르겠네요.😂

시골할매와 도시손녀의 맛있는 이야기

사실 이곳은 함양의 청년마을 <고마워, 할매>에서 준비한 팝업스토어예요. <고마워, 할매>는 마을 어르신과 도시 청년을 연결해 지역살이를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올해는 4박 5일에서 길게는 3주간 함양에 머물며 할머니의 제철 밥상 요리법을 전수받는 ‘할매의 부엌’을 진행했는데요. 도시에서 온 손녀들이(애칭, 도손이) 할머니의 정성과 손맛이 담긴 음식을 직접 맛보고,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식기부터 메뉴 개발까지 할머니와 함께 준비한 팝업 레스토랑 ‘함무랑’🍽️도 선보였죠. 방문하지 못해 아쉬워했던 분들을 위해 손두부 레시피 세트*를 밀키트로 제작해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이처럼 할머니의 이야기와 레시피를 다양한 방법으로 콘텐츠화하며, 농사 외의 다양한 생활방식을 몸소 보여주는 <고마워, 할매>를 통해 함양에 정착한 청년들도 있답니다.

팝업스토어에서는 함양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시골할매의 따듯한 정과 사랑을 더 많은 도시 손주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어요. 할머니 댁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공간은 함양 삼휴마을 할머니 댁에서 빌려온 찐 애장품이랍니다. 소품 하나하나에 묻어나는 세월의 흔적이 더욱 실감 나게 하죠? *손두부 키트를 비롯해 할머니들의 손글씨와 그림으로 만든 스티커, 그립톡 등 다양한 굿즈도 판매해요. SNS 이벤트 참여 시 제철 식재료가 담긴 2024 패브릭 달력도 받을 수 있어요.(100명 한정)

세상에서 제일 말랑말랑한 사랑

안방에서 나와 다시 1층으로 올라오니 선명한 주홍빛의 잘 익은 감과 칼, 끈, 계피 등 각종 도구가 준비되어 있어요. 하루 10명 한정으로 진행하는 ‘곶감 만들기’* 체험이에요. 함양은 지리산을 끼고, 시원한 바람이 잘 들어서 곶감이 맛있기로 유명해요. 삼휴마을 할머니들도 이맘때면 가족들과 나눠 먹고 또, 제사상에도 올릴 곶감을 손수 만드시죠. 소쿠리에서 단단하고 동그란 감 두 개를 골라 호기롭게 감자칼 대신 칼을 쥐고 도전! 영~ 쓰던 칼이 아니라 삐걱댔지만 이 정도면 꽤 잘 깎았죠? (원래 같으면 안 끊기고 한칼에 끝냈을 텐데… 그건 다음에 보여드릴게요.😉) 참, 곶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감의 꼭지가 T자로 살아있어야 해요. 그래야 주렁주렁 걸어서 맛있는 모빌을 완성할 수 있답니다. *매일 3시~5시, 선착순으로 진행돼요. 사전 예약은 불가하며, 현장 접수만 가능해요.

감을 일일이 깎고, 줄에 거는 것도 꽤 손이 갔는데 이게 끝이 아니에요. 바람이 잘 드는 반그늘에 2주 동안 말려줘야 하는데요. 중간중간 물기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 써주고 또, 2주 후 반건조 상태가 되면 손으로 조물조물 모양도 잡아줘야 하죠. 한 달이 꼬박 지나야 말랑말랑한 곶감이 완성돼요. 아주 어렸을 적부터 할머니가 만든 곶감을 한 아름 먹어왔던 터라 ‘이렇게 수고로운 일이구나’ 알고 나니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해요. 그냥 감이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말랑말랑한 사랑🧡을 먹었구나 하고요. 탐방러의 곶감 속에도 있었을 그 사랑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고마워, 할매!

또 놀러 갈게요, 할머니!

할머니의 애장품뿐만 아니라 <고마워, 할매>가 그간 쌓아온 추억들로 가득한 공간 곳곳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요. 양파 김치, 다슬기 수제비 등 함께 만들었던 요리의 레시피와 직접 그린 그림, 사진들로 빼곡한 벽면과 계단은 한낮의 햇살이 스며들어 더욱 따스히 반짝였답니다. 지역살이 프로그램을 통해 함양에서 경험한 이야기와 사진, 인터뷰를 담은 매거진도 있었는데요. 한 페이지씩 넘겨보다 문득 마음을 툭툭 건드리는 말들에 곶감처럼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기도 하고요.

팝업스토어는 오는 19일(일)까지 계속돼요. 특별히, 주말 동안에는 삼휴마을 할머니👵들이 직접! 오셔서 곶감 만드는 법을 알려주세요. 할머니와의 추억을 상기시키고 또 새롭게 쌓으며 꽁꽁 언 몸과 마음을 녹이는 시간 되세요.(내년에도 시골 할매와 도시 손녀들의 만남은 계속돼요. @thanks_halmae에서 그 소식을 가장 먼저 만나 보세요!)

어여온나 퍼뜩온나 😊

🧡 할머니와의 추억은 방울방울

Q. 할머니와 있었던 추억을 떠올려 보세요!

할머니의 안방을 뒤로하면 벽면의 큰 감나무 일러스트 위에 주렁주렁 달린 포스트잇이 보여요. 바로 위 질문에 대해 남기고 간 답변들인데요. ‘할머니랑 같이 과자 먹으면서 경로당에서 있었던 일 듣는 게 너무 좋았어요~’, ‘마당에서 같이 들깨 털었던 일’, ‘할머니 빨리 걸으라고 보채서 미안해~’ 등등 저마다의 추억에 덩달아 마음이 뭉클해져요.

저도 곰곰이 할머니와의 추억을 되짚어 봤어요. 동생이 태어나기 전, 잠시 할머니 집에 맡겨졌는데요. 언제라고 말하지 않아도, 눈에 띄게 포동포동해진 가족 앨범 속 저를 보면 ‘이때구나’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답니다.₍՞ • 🐽 • ՞₎ 먹고 싶은 것도 양껏 먹고, 스티커랑 구슬 목걸이 등등 갖고 싶은 건 다 가질 수 있었던 그때…(다마수의 영광의 시대는 그때였을까요…) 탐방러님의 할머니와의 추억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요. 버튼을 눌러 탐방러와 나눠주세요. :)

울 할매랑 오손도손

📢 이 콘텐츠는 행정안전부의 2023 청년마을 사업과의 협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얼마 전 기안84가 마라톤을 준비하며 러닝크루에 참여하는 영상을 본 적 있어요. 여럿이 함께 달리며, 페이스도 맞추고, 러닝복과 신발 등 정보도 나누는 모임이 참 건강하고 좋아 보이더라고요. 탐방러님은 어떤 모임이 있나요? 러닝크루 말고도 북, 댄스, 술, 도예… 정말 다양한 모임이 많은 요즘이에요. 그런데, 수도권 말고 지역은요? 청년들이 지방 이주를 주저하게 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함께 놀 수 있는 친구, 커뮤니티의 부재라고 해요. 지역 커뮤니티, 어떻게 하면 성장할 수 있을까요? *지난 4일, 청년마을 <강릉살자>에서 지역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위한 컨퍼런스인 <점선면 : 커뮤니티 비즈니스 컨퍼런스>가 개최되었어요.

ⓒ강릉살자

🎙“커뮤니티를 알면, 당신이 보인다”

커뮤니티 자본론의 저자인 크립톤의 전정환 이사는 커뮤니티를 알면, 당신이 보인다고 말해요.(알고 보니 커뮤니티가 이 시대의 🔮수정구슬이었네요!) 내가 속한 커뮤니티가 바로 나를 대변한다는 거죠. 반대로 생각하면, 커뮤니티를 찾는 건 나를 찾는 행동이고 나를 변화시키는 것도 커뮤니티를 변화시키는 걸로 가능해요. 그렇게 다양한 커뮤니티를 발견하고, 참여하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능동적인 주체가 될 수 있대요. 삶의 의미가 끊임없이 창출되는 커뮤니티가 많아지는 것이 바로 커뮤니티 자본의 증가이고, 바로 그때 사회는 더 나아진다고 하니, 로컬에서 커뮤니티, 더 많아져야만 하겠죠?

🎙“커뮤니티를 위해 알아야 할 것”

뉴그라운드 황효진 대표는 2021년부터 여성 커리어 성장 커뮤니티인 뉴그라운드를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은 누적 멤버 1,300명, 멤버십 재등록률 약 80%, 시즌 평균 슬릭 메시지 1,110개 이상의 기록을 세우고 있는 커뮤니티지만, 그동안 참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해요. 그리고 황효진 대표가 알아낸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 1️⃣ Why? 모여야 하는 이유를 고민하자, 2️⃣ How?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3️⃣ Time! 연결을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이해한다, 4️⃣ Different! 멤버들은 모두 다르고, 운영자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커뮤니티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민간이 주도하는 재생 사례를 만들기”

건축가이자 여러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했던 오래된 미래 공간 연구소의 최성욱 대표는 ‘순수민간 주도의 도시공생을 만들 순 없을까?’하는 고민과 도전으로 서울 성동구 송정동에 1유로 프로젝트를 탄생시켰어요. 방치된 건물을 찾아, 함께할 여러 브랜드와 함께 건물에 활기를 불어넣자,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어요.(탐방 인터뷰, 서울가드닝클럽도 1유로 프로젝트의 일원인 거 아시죠?) 1유로 프로젝트에 입점한 십여 개의 브랜드는 서로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며 하나의 커뮤니티로 성장해 가고 있는데요. 요즘 1유로 프로젝트를 모르면 간첩이라던데, 이 정도면 민간주도 재생 사례, 성공 아닌가요?

🎙“지금 당장, 작은 모임이라도!”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보고 즐기는 커뮤니티 플랫폼, 넷플연가 전희재 대표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인 살롱을 보고 넷플연가를 꿈꿨대요. 그리고 그 시작은 OTT 넷플릭스 콘텐츠를 함께 보는 1개의 살롱(모임)이었죠. 하나의 모임으로 커뮤니티 시장과 반응을 확인한 게, 매일 수많은 모임이 만들어지는 지금의 넷플연가가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커뮤니티를 만드는 다양한 방법을 알게 되기도 했지만, 전희재 대표가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팁! 지금 당장, 작은 모임이라도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죠.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시죠?

*강릉, 서울, 의성, 진천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모여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참여자분들은 단순한 사례 공유가 아닌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소감도 남겨 주셨어요.

👵 우리 동네의 평상은?

지난주 탐방레터에서는 북성수동의 광나루로 한 켠에서 가장 즐거운 동네를 만드는 ‘도만사(도시를 만드는 사람들)’의 조영하님을 만나봤어요. 성수동이 힙한 장소로만 여겨지는 걸 거부하고,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살아가는 동네에 주목해 주민들을 위한, 주민들에 의한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죠. 일상의 도시문화공간을 목표로 주민들과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해오고 있어요. 일례로, 문을 다 열어두고 평상을 가져다 두니 할머니들이 자연스레 모여 대화하고, 음식을 나눠 먹고 또, 도만사의 도슨트도 자처하시는 신기한 경험도 할 수 있었죠. 탐방러에게도 평상에 얽힌 추억💭이나 살고 있는 동네에 할머니들의 평상과도 같은 공간이 있는지 물었는데요, 답변의 일부를 함께 나눠요. :)

[목욕탕]이요. 목욕탕에 가면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저기 가게는 왜 망했는지, 왜 이사를 갔는지 속사정도 다 알려주세요. 어떻게 그런 소식을 아시는지 신기할 정도예요.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이 있어요. 다음 문화센터 수강신청일은 물론이고, 어떤 선생님이 잘 가르치는지 다 알 수 있어요. 물가에도 빠삭하셔서 어디로 가야 더 싸게 살 수 있는지도 알 수 있고요.
동네 [미용실]! 진짜 이른 아침에도 항상 어르신들이 계세요.
오래된 [슈퍼 앞에 평상]이 있는데요. 이곳 토박이인 저희 아버지는 여름이면 저기서 동네 친구들이랑 놀다가 잠들어서 아침에 깨기도 했대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