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러님은 제로웨이스트샵에 가본 적 있나요? 문득, 텀블러에 플라스틱 빨대를 꽂아 사용하는 제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거 있죠. 구경도 할 겸, 스테인리스 빨대를 구매하러 근처 제로웨이스트샵에 갔어요. 샴푸바, 비누, 칫솔, 병뚜껑을 재활용한 제품 등 실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있더라고요. 탐방러님도 꼭 한번 놀러 가보세요. 오늘은 탐방과 2023 시골언니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할, 열두 번째 시골언니 솜씨님을 만나러 강릉으로 떠나요!

📢 이 콘텐츠는 2023 시골언니프로젝트와의 협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꼭 서울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없어졌죠.

강릉을 찾았던 2014년도는, 교사라는 직업을 그만둔 시기였죠. 그때가 20대 후반이었는데, 그 시점에 직업에 대한 기준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나답게 일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생각하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꼭 서울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없어졌죠. 지역을 탐방하던 2년의 시간동안 다양한 일을 경험해 봤거든요. 지역 탐방이자 직업 탐방의 시기였죠.(웃음) 그러면서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지역에 있더라도, 전국이나 다른 지역과 연대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요.

강릉에 와서 가장 먼저 구한 일자리는 산림 교육을 기획하고, 전국의 산림 관련 단체들과 함께 연대하는 일이었어요. 그동안 몸담았던 교육의 경험을 활용하며, 강릉에 있어도 다양한 지역과 함께 소통할 수 있으니 저에게 잘 맞는 일이었죠. 그렇게 한 6년 정도를 한 회사에서 근무했어요.

스스로 회복하고 소통하는 경험

강릉에서 취향이 같은 친구들을 만났고 꽤 오래 함께 책을 읽거나 밥도 해 먹는 시간을 가져왔어요. 그러다 보니 먹거리 밥상, 기후위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생태전환마을내일협동조합은 그렇게 만들어졌어요. 그 과정에서 식생활 교육을 하시는 어머님들을 만났어요. 어느 날은 어머님들의 텃밭 일부를 저희가 직접 농사를 지어보는 건 어떻냐고 제안하셨어요. 그렇게 공동체 농사를 시작했어요. 아주 작은 텃밭이, 지금은 500평이 넘는 밭이 됐어요.

강릉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너무 바쁘고 지쳐있었어요. 이들에게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몇 시간 들려주는 것보다, 스스로 회복하고 소통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그게 바로, 다 함께 농사를 짓는, 공동체 농사였어요. 요즘은 어떤 세대든, 자신의 일상과 농사는 어색한 단어잖아요. 주중에 회사를 다니다가 주말에는 풀을 베는 생활, 생경하지만 저희가 지향하는 바를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죠. 또, 자연스럽게 세대 간 소통이 일어나고요. 예를 들어, 10대, 20대의 청소년, 청년들이 밭에 오면, 어른들에게 농사를 짓는 법을 배우면서 대화를 시작하죠. 땀 흘린 뒤에는 수확한 농작물로 요리도 하고, 함께 밥을 먹고요. 이런 식으로 지속가능한 환경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세대 간의 연결을 이루는 경험을 만들고 있어요.

환경과 세대간의 소통이라는 특징은 제로웨이스트샵이자, 자원순환 프로그램 활동공간인 ‘내일상회’에서도 드러나요. 다만, 경험을 주도하는 세대가 공동체 텃밭과 다르죠.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10대, 20대 친구들이 가장 잘하고 좋아하거든요. 내일상회에서는 이 세대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다른 세대에게 영향을 주고 있어요. 한 친구는 필름 카메라로 지역을 기록하는데, 사진을 직접 현상을 한 뒤 필름을 재활용하는 자원순환 활동을 하고 있어요. 또 다른 친구는 지역과 환경에 관한 글을 쓰면서, 플라스틱을 분쇄해서 아기자기한 소품을 만들기도 하죠. 저 혼자라면 감히 생각지도 못한 다채로운 활동들이에요. 강릉에서 좋은 친구들, 동료들을 만났기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강릉에 영원히 살 거냐고 하면, 저는 지금도 모르겠어요. 나에게 맞는 곳으로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중략) 조금 더 유연하게, 각자에게 잘 맞는 지역과 생활은 무엇인지, 그 안에서 지속가능한 환경을 지향하는 방법을 찾는 경험을 만들고 싶어요.

올여름, 전국 각지의 시골언니들을 만나며 감사하게도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었어요. 그중에서도 꼭 서울이 아니어도 되겠구나 하는 말은 앞으로도 계속 곱씹어 볼 것 같아요. ‘지금 사는 이곳이 나랑 잘 맞는가?’ 하면 쉽사리 대답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거든요. 탐방러님은 지금 살고 있는 곳과 잘 맞나요? 만약 그렇다고 느낀다면,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끼는지 궁금해요. (혹,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자리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런 날 있잖아. 대충 한 끼 때울까 했지만 밥때 되니까 분위기 있는 곳에서 한 끼 하고 싶은.. 그런 날.

탐방 로컬 에디터 2기 멤버들이 소개하는 방방곡곡 맛집, 수요로컬미식회의 마지막 편이에요. 그간 소개해 드린 곳들 잘 저장해 두셨나요? 정성스러운 소개에 혹, 광고…?를 의심하셨다면 그 마음은 고이 접어두세요. 100% 내돈내산, 탐방러의 찐맛집이랍니다. 그럼, 오늘 준비한 메뉴 제철 식재료로 만든 국수, 이태리 감성이 느껴지는 파스타와 피자 함께 맛보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