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와 폭염이 연이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주에는 입추가, 또 다음 주면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예요.(그러고 보니 아침에는 조금 선선해진 것 같지 않나요…?😅) 탐방러님은 가을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나요? 단풍, 독서, 트렌치코트 등 다양할 텐데요. 과일 중에는 ‘감’이 빠질 수 없겠죠. 그런데 씨 없는 감이 있는 거 아세요? 씨 없는 감 ‘반시’는 오직 청도에서만 맛볼 수 있다고 해요.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주황빛의 감이 주렁주렁 달린 풍경이 그려지는 곳, 오늘은 시골언니를 만나러 청도로 떠나요!

📢 이 콘텐츠는 2023 시골언니프로젝트와의 협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청도와 온누리, 언젠가 나도 여기를 뜬다!

협동조합을 시작하면서, 이전의 온누리와 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우리가 시작했을 때처럼, 아이들을 가르쳐 보고 싶어, 사물놀이를 활용해서 또 다른 놀이 활동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항상 정해진 무대 위에서, 연습한 작품을 선보이는데 길들어져 있었던 거예요.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했어요. 정부의 육성사업에 도전해서, 경영의 기초도 접하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문화정책을 공부하고요. 지역에서도 공무원이든 그냥 일반 주민이든, ‘온누리를 다시 살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질문에 다들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조언을 주셨어요. 온누리가 우리의 노력만으로 일군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청도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죠. 여전히 온누리는 국악을 연주하고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또 동시에 지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있죠. 청도의 농산물로 하는 팜 파티, 플리마켓도 운영하고 마을 어르신들의 레시피를 발굴하기도 하고요.

노는엄마들, 엄마들도 할 수 있다

오랜 시간 공동체 속에서 살다 보니,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요. 뭐든 함께 할 때 행복한 사람이죠. 육아도 마찬가지였어요. ‘노는엄마들’은 11명 엄마들의 모임이에요. 저를 제외하곤 모두 서울, 대전, 전주, 대구, 여수, 삼천포…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결혼과 함께 청도로 왔죠. 그냥도 힘든데,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홀로 하는 육아는 어떻겠어요. 하나둘 모이면서, 어두운 감정도 극복하고 활력을 얻게 된 것 같아요.

이번에 진행할 시골언니 프로젝트도 메인 운영사는 온누리지만 노는엄마들이 함께할 거예요. 진짜 시골언니들이잖아요.(웃음) 노는엄마들말고도 청도에는 소개해주고 싶은 언니들이 참 많아요. 청도의 유일한 제로 웨이스트 숍을 운영하는 언니도 있죠. 사실, 시골이 환경이나 쓰레기 문제가 더 심각하거든요. 불법 소각 같은 관습이 만연하니까요. 작은 제로 웨이스트 숍으로 청도에서의 환경 인식이 많이 변화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플로깅 프로그램에는 대구에서부터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고 플라스틱 줄이기, 우유팩 모으기, 청도에서 있어 본 적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죠. 농부언니도 있어요. 지금은 복숭아와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데, 단순히 생산물을 파는 게 아니라 농사를 짓는 과정을 소비자들과 공유하더라고요. 스토리를 함께 판매하는 거죠. 온누리부터, 노는엄마들, 청도의 다양한 시골언니들. 시골언니 프로젝트로 도시언니와 연결하고 싶어요. 그게 오랫동안 청도에서 돌봄과 지지를 받아 온 제가 해야 하는, 또 하고 싶은 역할 같아요.

‘사물놀이는 최소 4명 이상이 모여야만 음악을 만들어 나갈 수 있잖아요.’ 가족끼리 시작한 사물놀이가 동네 그리고 지역 공동체로 뻗어나간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사물놀이는 꽹과리, 징, 장구, 북을 중심으로 연주하는 국악이에요. 이들 악기는 소리의 특징에 따라 의미하는 바가 다른데요. 꽹과리는 천둥과 번개, 징은 바람, 장구는 비, 그리고 북은 구름을 상징해요. 하늘을 상징하는 쇠로 만든 악기(꽹과리, 징)와 땅을 상징하는 가죽으로 만든 악기(장구, 북)가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소리는 하늘과 땅, 사람과 신을 잇는 장단이자 소통 수단으로 여겨졌죠. (정원,"사물놀이 탄생 40주년-1 사물놀이에 대하여", 「객석」, 2018.04.01)

가장 작으면서도 도드라지는 소리의 지휘자 꽹과리, 장단의 머리에 한 번씩 치며 웅장한 음으로 전체를 감싸는 징, 높고 낮은 박자를 자유자재로 맞추는 장구, 마지막으로 든든한 기둥 역할의 북까지. 탐방러님이 사물놀이패에 들어간다면 어떤 악기를 연주하고 싶나요?